20년째 시각장애인에게 무료 시술한 의사,시골중학교 야구부를 전국 정상에 끌어올린 감독,한국의 그늘진 곳을 50년간 보듬은 필리핀 출신의 수녀,충남 태안의 자원봉사자….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때로는 두각을 나타내며,때론 그늘진 곳에서 조용하면서도 꼭 필요한 일들을 행해온 11명의 인사들이 2008년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맞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나선다.

매년 12월31일 자정에 맞춰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열리는 타종 행사에 올해는 인터넷 공개 추천을 통해 선발된 이들 11명이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6일 '제야의 종' 타종을 진행할 타종 인사 명단과 공연 부대행사 등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정규형 인천 한길안과병원 이사장은 올해로 20년째 매년 30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진료를 해주고 우즈베키스탄에 8차례나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등 인술을 펼쳐 타종 인사로 뽑혔다.

50년간 이주 노동자 등을 보살펴온 필리핀공동체운동 미켈라 산티아고 '천사 수녀'도 이번 타종에 참여할 예정이다.

고교 때 부상으로 불운한 선수생활을 마친 뒤 지도자의 길을 걸어 시골학교 야구부를 전국 정상에 올려 놓은 전남 화순중학교 김부관 감독 역시 타종 인사에 포함됐다.

또 제56회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했고 '86 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등의 음악 총감독을 지낸 바 있는 박범훈 중앙대 총장,24개국 205개 도시에서 '난타' 공연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탤런트 겸 공연제작자 송승환 ㈜PMC 프로덕션 대표,장애인 아들의 학부와 대학원 휠체어 통학을 도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시킨 '장한 어머니상' 수상자 박미라씨(50),뇌중심 훈련방법 개발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정신문화를 알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이승헌 총장도 타종 인사에 뽑혔다.

이 밖에 13명의 자녀를 낳은 '전국 최다 다둥이' 가족의 엄계숙씨(43),벼 유전체 분석의 세계적 권위자인 포스텍 생명과학과 안진흥 교수,역대 최연소 '올해의 탑건'에 오른 이우범 대위,불과 엿새 전 난소 절제수술을 받고서도 태안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김진화씨(49)도 타종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 11명은 오세훈 서울시장,박주웅 서울시의회 의장,공정택 서울시교육감,어청수 서울경찰청장,김충용 종로구청장 등과 함께 31일 자정 보신각에서 33번 종을 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