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특사 폭 유동적이나 최소 100명 넘을 듯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빠르면 이번주중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연말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이 포함될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특사가 될 이번 사면의 기준과 폭이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특사 규모는 최소한 100명 이상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대변인인 천호선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사 대상의 기준과 폭이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며 "26일 예정된 국무회의에 특별사면안을 상정할 방침이지만, 특사 기준과 폭을 결정하는 실무작업을 고려하면 이날 국무회의에 올라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가급적 해를 넘기기 전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는 방침이어서, 26일까지 특사 대상이 최종결정되지 않을 경우 이번주중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특별사면안을 의결해 이번주말이나 늦어도 내주초인 31일까지는 사면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사면 폭이 최종 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전제, "사면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특사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하지만 특사 규모는 10∼20명 수준은 아니고, 세자리 수 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역대 정권말 특별사면의 규모를 대체로 고려하면 될 것"이라며 "20여명선에서 특사를 단행한 경우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1백명선은 넘을 것으로 보이며 사면 기준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는 대선이 끝난 후 모두 연말 특사를 단행했고 특사 규모는 각각 26명, 25명, 122명에 달했었다.

이번 사면 대상에는 지난 2월 노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아 `IMF 위기' 이후 10년이라는 점이 고려돼 관행적으로 부도덕한 잘못을 범했던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단행했던 특별사면에서 배제됐거나 당시 형이 확정되지 않았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됐다 질병으로 형 집행정지 중인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이번 사면대상에 포함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김 전 회장의 분식회계사건 등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대우그룹 계열사 전직 임원 상당수도 사면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월 특사에서 사면은 됐지만 복권이 되지 않은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번에 복권되며, 당 대표 경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이번 특사에 포함될 것으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기업인으로는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문병욱 썬앤문 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등이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으며, 임기 불법 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사면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 기준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번 특사 때 기준에는 해당됐지만 형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여론 등 여러 이유로 배제됐던 사람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개인적 잘못도 있지만 IMF 위기 이전의 구조적 상황 때문에 사법처리됐던 인사들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복 폭행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사회봉사명령을 이행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이번 특별사면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지만, 사면 대상 포함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