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피 한방울이면 몸 상태 안다? 글쎄…

개인의원이나 한방클리닉에서 이뤄지는 혈구체질검사,모발중금속검사,항산화능력검사가 의학적 이론을 빌려 시행되고 있으나 인과관계가 불충분하고 과장된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부 개인병원과 건강기능식품 업체,건강원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혈액 한방울로 인체의 기능적 이상,면역체계장애,대사장애 등을 알아볼 수 있다는 내용이 소개돼 있다.

적혈구의 모양과 배열의 변화를 1개월 단위로 비교해보면 정확하게 환자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엽전 꾸러미처럼 적혈구가 연결된 현미경 사진을 '연전 현상'이라 정의하고 혈액순환장애,산소운반장애로 인한 피로 무력감 등이 의심되니 주의하라는 설명을 달아놓고 있다.

적혈구가 눈물방울 모양으로 붙어 있는 것은 '단백질 결합'으로 단백질의 소화 흡수가 안된 증거라고 해석해놨다.

이에 대해 김희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연전현상은 혈구 외곽의 음전하가 사라져 척력 대신 인력이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대부분 다발성 골수증과 같은 악성 혈액질환이나 아주 오래된 만성 염증에 의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질환에는 피로 무력감이 동반되는게 당연하나 이런 혈구 모양을 피로 무력감의 증거라고 제시하는 것에는 엄청난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단백질 결합'에 대해 "그런 개념 정의가 없을 뿐 아니라 골수섬유증 같은 아주 극악한 경우가 아니고선 나타나기 힘들다"고 해석했다.

이밖에 이들 홈페이지에는 적혈구의 테두리에 가시가 돋쳐 있는 '극피 적혈구'를 신장기능 저하,적혈구 전체에 보다 뾰족한 가시가 돋친 '유극 적혈구'를 간기능 부전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개연성이 충분한 해석이긴 하나 검체가 오래돼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혈중 빌리루빈,GOT,GPT 등 간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혈액검사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에 굳이 혈구모양을 기준으로 진단할 필요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모발중금속 검사도 원리에 허점이 많다.

개인의원이나 한의원 등에서는 혈액검사를 통해 중금속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이미 중독상태로 치료하기에 너무 늦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3∼6개월간의 중금속 축적 변화 추이를 반영하는 모발검사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모 한의사는 "혈액검사에서 중금속 수치가 정상이지만 모발검사에서 중금속 수치가 높다면 반(半)건강상태임을 말한다"며 "원인을 알 수 없으나 여러가지 불편 증상을 호소한다면 건강하지도,질병에 걸린 것도 아닌 중간 상태이기 때문에 모발검사를 토대로 영양요법을 실시해 체내 중금속을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형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중금속 검사는 혈액검사가 일반적 기준으로 모발검사는 중금속 중독이 의심되는 특수한 경우에만 실시한다"며 "모발검사는 검체의 채취방법이나 샴푸의 성분,시험자의 실험성향,검사 도구 및 키트 등에 수치가 다르게 나올 개연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체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정도의 중금속을 배출할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종사자 등이 아니라면 중금속 검사가 큰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부 개원가 한의원 등에서는 "저신장증 학습장애 아토피피부염 등이 납 수은 알루미늄 등의 증가와 칼슘 아연 철 셀레늄 등의 부족으로 인해 생긴다"며 이를 개선하는 식사요법을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중금속 중독 말고도 만성질환이나 성장환경, 스트레스, 수면부족, 우울증, 뇌내호르몬 이상 등에 의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단정적인 진단과 치료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노화방지클리닉에서 이뤄지는 항산화검사는 유해활성산소를 중화하는 능력을 측정해 성인병 노화 암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해주고 항산화약물 투여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는 이론상 활성산소가 성인병 노화 암을 유발하는 중대한 요인이나 중증 환자가 아니라면 스스로 활성산소를 처리할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이런 검사결과를 치료 근거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세계적으로 공인된 측정방법도 없기에 보완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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