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2005년 1.08명에서 2006년 1.13명으로 다소 높아지고는 있으나 맞벌이 부부와 사교육비 등의 증가로 '한 가정 한 아이'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엄마들은 뱃속에서부터 똑똑하고 좋은 성격을 가진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태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 태교는 과학이었다=조선시대에는 임신 중 지켜야 할 7가지 사항을 규정한 칠태도(七胎道)가 있었다.

술을 마시거나 무거운 짐을 들지 마라,말을 많이 하거나 울지 마라,살기 서린 곳은 피하라,조용히 책을 읽거나 시를 쓰거나 품위있는 음악을 들어라.가로 눕지 마라,소나무 바람소리를 듣거나 매난의 향기를 맡아라,임신 중에 금욕하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신 중 머리를 감지 말라거나 살기 서린 곳을 피하라 같은 비합리적이고 주술적인 내용도 있지만 태아를 자극하지 말라는 것은 요즘 산부인과 의사들이 산모에게 권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선시대 실학자 유희의 어머니가 지은 태교신기에는 "스승이 10년 잘 가르쳐도 어미가 열 달 뱃속에서 가르침만 못하고 이 또한 아비가 하룻밤 부부교합할 때 정심(正心)함만 못하다"고 쓰여 있다.

"아기의 심성은 부친의 태교,생김새는 모친의 태교를 통해 물려받는다"는 옛말도 있다.

가족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고금이 마찬가지였다.

◆아이에게 불쾌한 자극은 금물=태아는 임신 6개월째에 청각과 시각,임신 7개월째에 미각과 후각을 갖춰 나간다.

태아는 시끄럽고 불쾌한 소리를 싫어한다.

큰 소리가 오래 지속되면 양수가 줄면서 태아의 호흡에 나쁜 영향을 준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잠시 호흡을 멈춘다.

일종의 경계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임신 중 자궁 내의 소리를 녹음했다가 신생아에게 들려주면 엄마와 다른 산모의 것을 구분하다.

아이는 오감 중 청각이 가장 많이 발달돼 있고 외부의 자극을 대부분 청각으로 감지한다.

음량과 소리에 노출되는 시간을 가급적 낮추고 대신 뱃속 아이와 태담을 나누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게 좋다.

오감 중 청각의 적절한 자극이 두뇌 발달에 가장 유익하다.

임신부 배에 강한 빛을 켜고 초음파로 관찰하면 아이가 깜짝 놀라고 뒤척이는 반사 행동을 한다.

강한 빛 자극도 삼가는 게 좋다.

◆산모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대물림=산모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와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세포의 분화가 억제돼 전반적인 발육과 뇌세포 성장이나 뇌신경 발달이 방해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에 시달린 태아의 뇌는 DNA 함량이 적다는 것도 밝혀져 있다.

임신부의 정서불안은 아이의 감성지수(EQ)를 떨어뜨리며 임신 동안 긍정적인 마음과 아이에 대한 애착이 클수록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정서불안으로 심장 박동이 커지고 혈압 변화가 심하면 뱃속의 아이는 폭풍우가 밀려오는 것처럼 불안을 느낀다.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 못해 장에서 나는 소리도 아이에겐 우레처럼 들릴 수 있다.

입덧을 불쾌하게 생각할수록 입덧은 심해지며 유산에 대한 걱정이 지나칠수록 유산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산부인과의 오랜 격언이다.

◆자궁 내 환경이 평생건강 좌우=자궁 내 발육 환경이 나빠 저체중아로 태어날 경우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예컨대 출생시 2.5㎏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는 42∼62세의 성인이 됐을때 11%가 심장질환을 앓는 반면 2.5㎏ 이상인 경우에는 3%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가 건강하게 출생한 저체중아의 경우 큰 문제가 없으나 산모가 영양결핍 정서불안 등으로 저체중아를 낳은 경우에는 이 같은 위험이 높아진다.

이 밖에 잘못된 태내 환경으로 인해 저체중 또는 과체중아로 태어났을 경우 당뇨병 비만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방암 알레르기질환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박문일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문영 관동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