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께 심려끼쳐드려 죄송스럽다. 앞으로 빚진 자의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

아프간 피랍사태 41일째인 28일 오후 정부가 `인질 전원 석방 합의'를 공식 확인한 직후 피랍자 가족 20여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 가족모임 사무실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경을 밝혔다.

가족들은 이날 아프간에서 갑작스레 날아온 `낭보'에 기뻐하면서도 앞서 희생된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와 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눈물을 떨꿨다.

차성민 가족모임 대표(30)는 "19명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 주시고 염려해주신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또 그동안 심려끼쳐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 대표는 "고인이 되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좋은 소식을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런 마음은 다른 가족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무거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19명 전원이 무사하게 인천공항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가족들의 심정이고 그때까지 함께 모여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며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속내를 드러냈다.

김윤영(35)씨의 남편 류행식(36)씨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돌아온다고 얘기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며 "앞으로 빚진 자의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씨는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희생된 두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고인이 된 두분을 위해서 남은 사람들이 그 가정의 아빠가 되고 아들이 돼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명화(29.여).경석(27)씨의 아버지 서정배(57)씨는 "그동안 심려를 끼쳐 드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전국 각지에서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들의 성원 덕분에 19명이 풀려날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석방 양보'의 주인공인 이지영씨(36)의 오빠 이종환(38)씨는 "동생이 석방 기회를 양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아픈 어머니를 생각하면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내비친 뒤 "하지만 19명이 다 함께 나올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석방된 김지나.

김경자씨의 가족도 이 자리에 나와 기쁨을 함께 했다.

김지나(33.여)씨의 오빠 김지웅(35)씨는 "병원에 있는 동생의 시계는 아직도 아프간 시간에 맞춰져 있다.

몸은 먼저 왔지만 마음은 거기에 있었다"고 석방의 기쁨도 마음껏 누리지 못한채 남은 사람들 생각에 무겁기만 했던 심정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김씨는 이어 "19명이 석방된다는 것이 기쁘지만 그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에야 다리를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국민들과 두 고인의 유가족 분들에게도 빚진 심정으로 살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자(37.여)씨의 오빠 김경식(38)씨도 "지영씨의 양보로 먼저 나온 동생이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을텐데 누구보다 기뻐할 것 같다"며 "여태까지 힘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가족들은 남은 19명의 현재 건강상태와 귀국일정 등에 대해 아직까지 외교부로부터 전해들은 바 없으며 입원치료 등 귀국 후 일정에 대해서는 가족들과의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성남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