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상황과 대중의 요구가 변했는데 민주노총은 아직도 투쟁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전투적 조합주의가 없었다면 노동자의 권리 신장이 되었겠는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국내 양대 노동조합의 지도자들이 한국 노동운동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노사 협조주의를 내세우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전투적 조합주의를 강조하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6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노동운동 방향과 조직률 하락,한·미 FTA 반대 파업 등 핵심 이슈에 대해 서로 공격을 가하는 등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용득 위원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1987년 당시에는 정치 민주화라는 대중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전투적 노동운동이 힘을 얻었다"며 "시대 상황과 대중의 요구가 변했는데 아직도 민주노총이 투쟁노선을 유지해 대중의 지지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중운동인 노동운동은 활동가와 지도부 중심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고 조합원 대중의 뜻을 반영하는 운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석행 위원장은 "그나마 전투적 조합주의가 없었으면 노동자들의 권리 신장이 이 정도로 되었겠는가"고 반문한 뒤 "민주노총 산하 70여개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투쟁은 대부분이 비정규직 근로자,특히 여성 근로자를 둘러싼 문제이며 민주노총이 대화는 하지 않고 투쟁만 한다는 지적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조직률 하락과 관련,이용득 위원장은 "대중이 원치 않는 전투적 조합주의로 인해 노조 조직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노조는 투쟁 위주의 노동운동에서 벗어나고 사용자는 무노조 정책 같은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방식을 버리는 등 노사정이 함께 변해야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석행 위원장은 "노조를 결성하기 힘든 비정규직이 급증하면서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공무원 등이 노조를 만들어 질적으로는 오히려 좋아졌다"며 "전투적 노동운동 때문에 조직률이 하락했다고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한·미 FTA 반대 파업에 대해 이석행 위원장은 "이용득 위원장이 한·미 FTA는 불평등 조약이라며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가 어느날 말을 바꾸어 이미 한·미 양국 간 합의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FTA 비준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너무 일찍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용득 위원장은 "한·미 FTA 저지 파업에 반대하지 않았다"며 "금속노조가 대중과 함께하지 못하는 지도부 중심의 파업이 계속되면 노동운동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과 FTA 추진 과정에서 (피해를 볼) 노동자 등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을 비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