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가로 한 알에 84원.약국에서 일반약으로 구입해도 100원이면 충분한 100㎎짜리 저용량 아스피린은 뇌졸중과 심근경색 발생 위험을 낮추는 훌륭한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아스피린은 흔히 감기로 고열이 나거나 두통이 생길 때 먹는 해열진통제로만 알려져 있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혈전생성을 막는 약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아스피린을 해열 진통 소염 목적으로 복용할 때엔 하루 1000~3000㎎(2~3회로 나눠 복용)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뇌졸중 심장병을 예방하는 용도로 쓸 때엔 이 용량의 10분의 1 수준인 100~300㎎을 매일 복용하면 된다.

이런 저용량 아스피린은 뇌졸중 심장병으로 인한 장애 유발 및 사망률을 약 25%,최대 50%까지 낮추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뇌졸중 심장병 폐색전증 심부정맥혈전증 등의 주범은 혈전.혈액 속의 섬유소원과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이 비정상적으로 얽힐 때 생긴다.

혈전은 과량 출혈을 막는 중요한 방어수단이지만 지나칠 경우 혈관을 막아 인접 조직을 손상 또는 괴사시킨다.

아스피린은 대표적인 혈소판 응집억제제로 동맥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

동맥은 응급 출혈 시에 혈전이 빨리 생겨 출혈을 저지한다.

그런데 각종 질환으로 혈액이 끈끈해진 상태에서 뇌와 심장의 동맥에 출혈 염증 상처가 나타나면 혈전이 급속히 커져 혈관을 좁히므로 이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 뇌와 심장 조직이 괴사하게 된다.

따라서 미리 피를 묽게 하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먹어두면 이런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아스피린은 사이클로옥시저나제(COX)라는 효소를 억제한다.

이 효소는 혈소판 응집을 촉진하고 혈관을 강력히 수축시키는 트롬복산(TXA₂)을 생성한다.

따라서 아스피린은 혈소판 응집을 억제할 수 있다.

이런 효과는 1900년대 초반부터 알려졌으나 1975년에야 그 약리작용이 규명됐다.

1985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스피린을 심장병 뇌졸중 예방약으로 승인했다.

아스피린만으로 충분한 혈전억제 효과를 얻지 못한 환자들은 티클로피딘 클로피도그렐 같은 보다 강력한 혈소판응집억제제를 쓴다. 환자상태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악화된다. 따라서 그 전에 생활습관을 교정하면서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아스피린으로 뇌졸중과 심장병을 예방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스피린은 또 트롬복산 생성을 억제,임신부 자간전증(혈압상승 복압상승 복시현상 조산 등이 발생)을 완화시키고 당뇨병 후기 합병증인 혈전색전증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결장암 전립선암 식도암 췌장암 등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가 1995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이상 장기간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은 결장암 사망률이 44% 감소했다.

백내장 예방에도 아스피린이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아스피린에 의해 혈소판 응집이 억제되면 7~10일간 혈전이 뭉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뇌졸중 가운데서도 뇌출혈 환자나 수술을 앞둔 환자는 아스피린 복용을 금하거나 중단해야 한다.

아스피린은 기관지천식 위십이지궤양을 악화시킬 수 있고 혈우병 모세혈관위약증 소화기관궤양 요로출혈 객혈 안구초자체출혈 등 출혈경향 질환을 악화 또는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스피린은 장기 복용하면 속쓰림 위장관출혈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장에서만 녹는 제품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바이엘헬스케어의 '바이엘 아스피린 프로텍트정'이 대표적인 제품으로 의사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