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경영학과 2학년생인 양성후씨(19)는 지난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주식 투자에 손을 댔다가 종자돈 600만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그가 고민 끝에 찾아간 곳은 학내 증권투자 동아리인 '고가연'(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어렵사리 들어간 '고가연'에서 그는 주식 투자에 대해 새로운 눈을 떴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모은 1000만원을 이곳에서 배운 종목 선정 기법에 따라 우량주 ELW(주식워런트증권) 등에 투자한 결과 두 달 새 무려 12배의 수익률을 올린 것.

재테크 동아리들이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일부 동아리들은 전문 투자자 못지않은 실력과 자금력으로 증권가의 '슈퍼 개미군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가치투자 기법에다가 각자의 전공지식과 인턴십 등을 통해 쌓은 현장 경험까지 접목해 '대학생 가치투자법'이라는 독특한 투자 기법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3월 투자 정보 교류를 위해 전국 10개 대학 증권 투자 동아리들이 연합체까지 구성했으나 지금은 회원 동아리가 20개로 3개월 새 2배나 늘었다.

양씨가 속한 고가연은 실전투자 기법 개발로 유명한 모임이다.

창립 멤버들이 한때 1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한 것은 대학가의 '전설'로 회자되기도 한다.

서울대 투자연구회(SMIC)는 팀 플레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회원 30명이 5개 팀을 이뤄 일주일에 한 번씩 종목 추천 시간을 갖는다.

여기에는 각자 전공지식과 인턴십 경험 등 대학생만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된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 기업인 씨디네트웍스에 대해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기술의 해외 진출을 계기로 '사자' 열풍이 일었으나,서울대 투자연구회는 오히려 이때 주식을 처분했다.

이 모임 회원인 전기공학부의 한 학생이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이 회사의 기술력이 해외에서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회원들에게 조언했기 때문.이 학생의 예측대로 씨디네트웍스는 해외 진출 후 주가가 떨어졌고,시장에서 과대평가 됐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연세대 'YIG(Yonsei Investment Group)'에는 장래 금융분야 진출을 위해 경력을 쌓으려는 학생들이 많은 게 특징이다.

YIG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의뢰하는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창현 회장은 "기업개요 작성,투자지표 개발 등을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건당 200만~300만원 정도 한다"며 "받은 돈은 동아리가 운영하는 공동펀드에 재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인하대 '블루칩 뮤추얼펀드'는 뮤추얼펀드 형태의 공동 투자 펀드다.

매 학기 운용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액을 결정한다.

현재 운용 규모는 1000만원 정도이며,4월 초 운용을 시작한 이후 2개월여 만에 20%의 수익률을 올렸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