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10만여명에게 국제전화 수수료만 25억
유명 기간통신업체, 잇단 피해민원 방치

중국동포 여성 등을 고용해 인터넷 채팅사이트 남성 회원을 유혹한 뒤 국내로 수신자부담 국제전화를 걸게 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일 국제전화 사기단 4개 조직을 적발, 박모(47)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김모(33)씨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6명을 지명수배하고 4명에 대한 공조수사를 인터폴에 요청했다.

또 이들의 사기 행각을 방조한 혐의로 유명 기간통신업체 D사 영업부장 김모(48)씨와 별정통신업체 K사 서비스사업팀장 정모(35)씨도 함께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9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중국 등 외국에서 중국동포 여성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국내 여성 수십 명을 고용해 한국 남성들에게 수신자부담 국제전화를 걸도록 한 뒤 통화료의 45∼65%를 수수료로 받아 2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고용된 여성들은 국내 유명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남성 회원들에게 자신의 사진이라며 미모의 여성 사진을 보여 준 뒤 "한국에 갈 테니 사귀자"고 유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사기조직 가운데 2곳은 중국에, 1곳은 필리핀에, 나머지 1곳은 태국·베트남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이들은 기간통신업체 D사와 수신자부담 국제전화 요금의 절반 가량을 수수료로 받기로 계약하고 범행했으며, 피해자들은 1분에 2천원 가량의 통화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전화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기단에게 속아 수신자 부담 국제전화를 받은 남성이 10만여 명, 이들이 부과받은 통화료는 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D사 영업부장 김씨와 별정통신업체 K사 서비스사업팀장 정모(35)씨는 피해 민원을 접수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입건됐다.

특히 D사는 2005년 말부터 피해 민원이 접수되기 시작해 2006년 9월부터 피해 민원이 급증했는데도 경찰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계약해지 등 피해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콜렉트콜 사기는 전화를 받기만 해도 피해가 발생하니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에게서 온 수신자부담 국제전화는 받지 않는 게 좋다"며 "D사가 피해자 민원이 급증하기 시작한 뒤에도 6개월 이상 방치한 것은 수익을 위해 기업윤리를 저버린 행위다"라고 말했다.

D사 관계자는 "영업부장 김씨가 중국으로 건너가 통신서비스 유통망을 운영하는 사람과 계약을 체결했다.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기 쉽지 않고 사실 확인 작업도 필요해 조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