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점부터 70점까지' 학력 편차 엄청나"

서울대가 내년부터 이공계 신입생을 고급ㆍ일반ㆍ기초 과목 수강생으로 분리 편성하고 학문별 교과운영평가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것은 갈수록 심해지는 이공계 신입생의 학력 편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은 31일 발표한 기초과학 교과교육 개선안에서 "신입생 선발 기준이 다양해져 학생들의 학력 편차가 커짐에 따라 일률적인 기초과학 교육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하며 이공계 학생의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준별 수학ㆍ과학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서울대가 지난 3월 이공계 신입생을 상대로 `물리 심화반' 신청자 243명에게 물리학 성취도 시험을 실시한 결과 시험을 통과한 학생 사이에도 100점에서 75점까지 큰 편차를 보인 바 있다.

당시 문제 출제와 평가를 맡은 물리천문학부 관계자는 "응시생 중 과학고 출신은 평균 점수가 70점대인 반면 일반고 출신은 30점대에 그쳤고 심지어 0점을 받은 학생도 수두룩했다"며 "물리 심화반에 도전하겠다는 학생 사이에서도 사정이 이런데 시험을 모든 학생으로 확대하면 학력 편차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공대ㆍ자연대ㆍ농생대ㆍ의대ㆍ약대ㆍ수의대 등 이공계 학생들이 필수로 익혀야 할 기초 수학ㆍ과학 실력이 `천양지차'를 보임에 따라 수준별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교수들 사이에서 확산된 것이다.

서울대는 이에 따라 기존 수학 과목에 한해 입학 전 측정시험을 치르던 것을 물리ㆍ화학ㆍ생물 등 기초 과학 분야로 확대하고 모든 이공계 신입생이 의무적으로 시험을 치르도록 방침을 크게 강화했다.

최우수 학생을 위한 `영재교육'이 도입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획일화된 수학ㆍ과학 교육으로 포스텍ㆍ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 우수 학생들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서울대 기초교육원은 설명했다.

홍종인 기초교육원 부원장(화학부 교수)은 "고교별 교과과정이 달라 수학ㆍ과학을 다시 가르쳐야 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대학 1∼2학년 과정을 이미 배우고 들어온 학생들은 같은 내용을 다시 배워야 하는 폐단이 있었다"며 "우수 학생이 대학 교육에 흥미를 못 느껴 학교를 그만두고 외국으로 유학가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서울대의 `이공계 영재교육' 프로그램 도입은 기초 수학ㆍ과학 과목 이수를 과감하게 면제해주고 학생 스스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우수 학생의 유출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학문별 교과운영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강의 수준이 들쭉날쭉하다'는 교수ㆍ학생들의 지적을 반영하고 강의 운영의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대학 이공계 수업을 따라잡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부생 조교'를 도입하는 등 이공계 교육 내실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오세정 자연대 학장은 "기초 수학ㆍ과학 교육은 자연대 뿐만 아니라 서울대 전체 이공계 학과(부) 전공 교육의 기반을 이루는 것"이라며 "이번 개선안을 이공계 전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