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경영공백 오나" 초긴장 ‥ 김승연 회장 경찰출두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파문이 확산되면서 한화그룹이 '경영 공백 위기'에 빠질 가능성에 초긴장하고 있다.

한화는 다른 그룹에 비해 김 회장의 카리스마가 강하게 경영에 반영되는 구조인 데다,이번 사건이 비즈니스 외(外)적인 사회문제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탓에 그룹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그룹 차원의 해외 진출 계획 및 대한생명이 예금보험공사와 벌이고 있는 중재 절차 등의 연기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해외사업 진출 일정 및 김 회장의 국내외 일정을 당분간 중단키로 하는 등 수사 대응체제로 급속히 재편하면서 그룹 경영 공백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이 재벌 총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일이 벌어지면서 경영기획실 중심으로 진행하던 그룹 조율 실무가 사실상 중단됐다.

과거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했던 경영기획실을 이끄는 금춘수 사장(실장)이 있지만 김 회장의 결단력과 실행력에 의존하던 한화의 경영 스타일상 금 사장이나 부회장들이 나서 그룹 실무를 총괄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김 회장 역시 최근 장교동 한화 본사 빌딩으로의 출근을 중단하는 대신 가회동 자택에서 금 사장,채정석 부사장(법무실장),장일형 부사장(홍보팀장) 등을 불러 대책을 마련했었다.

한화는 보복 폭행사건이 불거진 이후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광고집행을 전면 취소 또는 보류하고,대내외 행사를 취소하는 등 노출을 피하고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건의 파장으로 '해외사업 매출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한화의 글로벌 전략에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한화그룹 "경영공백 오나" 초긴장 ‥ 김승연 회장 경찰출두
한화가 유럽 및 중동ㆍ아프리카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영국 런던 등에 현지 법인을 세우는 방침도 일단 연기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최근 해외에 직접 '발품'을 팔면서 보험업 유럽 진출 등을 검토해왔다.

중국의 인플레이터(자동차 에어백의 핵심 부품) 사업 진출을 준비하던 ㈜한화와 중동 생산설비 설립을 검토하던 한화석유화학도 사업 일정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한 달여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해 다시 동계올림픽 유치차 해외 순방을 계획했던 김 회장 자신도 당분간 모든 국내외 일정을 취소키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회장이 모든 경영 사안을 직접 챙겨오던 스타일상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한화와 예보가 최근 대한생명 매각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국제 중재 절차에 들어가기로 돼 있었으나,중재 절차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재 절차가 지연되면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한 분쟁이 장기화돼 한화는 대한생명 상장 및 금융네트워크 추진 일정을 당분간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한화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 등의 논의도 당분간 '올스톱'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부 동요가 적지 않다.

그룹 총수가 정치·경제 사건도 아닌 개인적인 '보복 폭행'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동안 쌓아놓은 그룹의 대외 이미지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허탈감이 조직 내부에 퍼지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