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IT 회사에서 일하는 장모 과장(34) 은 요즘 야근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달까지는 집에 있는 데스크톱으로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각종 자료를 내려 받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도 있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보안이 강화돼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불편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기업의 보안정책이 날로 강화되는 요즘 대기업 직원들에게 이런 불편은 일상이 돼 버렸다.

보안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이젠 혹시 못된 마음을 먹더라도 머릿속에 기억하지 않는 이상 기밀정보를 빼내는 일은 쉽지 않다.

보안시스템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의 벤치마킹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일까.

기업체 본사와 사업장,연구소마다 신분증을 인식한 후에만 출입이 가능한 게이트 설치는 기본이다.

여기에 별도의 X-ray 검색대를 설치해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노트북 하드디스크 메모리카드 등의 밀반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각종 문서는 저장과 동시에 암호화되기 때문에 외부 메일로 보내더라도 열어 볼 수가 없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신기술 프로젝트와 관련된 각종 자료는 복사가 불가능한 특수종이에 작성하도록 내부 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

대기업에서 핵심기술을 생산하는 연구원들에 대한 보안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L사 중앙연구소에선 연구원 200여명 가운데 USB에 자료 저장을 허가 받은 사람이 10여명 정도다.

나머지 연구원들은 외부 세미나 등을 위해 자료를 저장해 가려면 보안팀으로부터 인가를 얻어야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내에서 자료를 출력하면 사번과 출력 날짜,시간 등이 고스란히 찍혀 나온다"면서 "이제 연구소에서는 종이에 몰래 베껴 나오는 것 말고는 자료를 유출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핵심 보안 지역엔 지문이나 동공인식 기술을 적용한 출입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