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천만원으로 알고 1억원 받았다 모두 돌려줘도 뇌물죄"

`얼마를 주면 되겠느냐'는 집요한 뇌물 청탁에 1천만원을 생각하고 손가락 한 개를 들었다가 뜻하지 않게 1억원을 받았지만 나중에 모두 둘려줬다면 전체 뇌물 액수를 얼마로 봐야할까.

세무공무원 이 모씨는 2005년 3월께 8억4천400만원의 이자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탈루한 A씨에게 예상 세액 4억4천500만원을 고지한 뒤 확인서를 작성해줄 것을 요구했다.

A씨는 탈루 소득 절반을 세금으로 추징당하게 되자 `섭섭하지 않도록 해줄 테니 추가세무조사 대상자로 지정하지 말아달라. 얼마면 되겠느냐'며 끈질기게 제안했고, 이씨는 별말없이 1천만원을 생각하며 손가락 한 개를 들어보였다.

이씨는 같은 해 5월 일식집에서 상급자와 함께 A씨를 만난 자리에서 현금 뭉치가 들어있는 가방을 받았는데 집에 돌아와서야 1억원이 든 사실을 알았다.

이씨는 다음날 상급자에게 사실을 알렸고, 상급자가 `혹시 나 모르게 봐준게 있느냐. 100% 과세했는데 그 사람이 왜 그런 돈을 주느냐. 빨리 돌려줘라'고 말하자 보름 후 돈을 모두 돌려줬다.

그 사이 A씨는 탈루 소득에 대해 4억4천500만원의 예상 총고지세액이 적힌 세무조사결과 통지서를 받았다.

결국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수뢰액이 3천만 원 이상이면 가중처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손가락 한 개가 1천만원을 뜻했다는 이씨의 주장과 뇌물을 받는 자리에 상급자와 함께 간 점, 받은 돈을 모두 돌려준 점 등을 들어 1천만원만 받을 의향이 있었다고 보고 징역 1년으로 형을 낮췄다.

항소심은 나머지 9천만원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고 검찰은 상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1일 "피고인이 내심 1천만원 정도로 생각하고 뇌물을 받았다고 해도, 이를 넘는 액수에 대해 뇌물로 받을 의사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먼저 금품을 요구해 뇌물을 받았다면 받은 돈 전부에 대해 애초 받을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너무 많은 액수라 나중에 이를 돌려줬다고 해서 뇌물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