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식품 효과 논란 … 승마·석류 등에 관심

"땀을 흘려, 잠을 못 자, 온몸이 뜨거워 발바닥까지 뜨거워."

최근 중년 여성들로부터 인기를 모았던 뮤지컬 '메노포즈'의 가사다.

폐경 여성의 어려움과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이런 폐경증후군을 덜어주는 해결책으로 합성 에스트로겐 대체투여 요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2002년 미국에서 발표된 WHI(여성건강촉진) 연구 결과 장기간 에스트로겐을 사용하면 유방암이나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기피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식물성 천연 에스트로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건강한 인생] '중년의 홍역' 폐경증후군‥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약?

◆콩의 득실 아직 불분명

대표적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콩은 그동안 유방암과 심장질환 발병률을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그 반대 입장을 표명한 논문도 소수지만 꾸준히 발표돼왔다.

여러 논문 중 특기할 만한 내용은 이미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콩을 먹으면 발암성이 증가하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섭취하면 암이 예방된다는 것. 또 일반적인 식생활에서 콩의 섭취량은 저용량으로 오히려 유방암이 증가할 수 있고, 일부러 고용량을 먹어야 유방암 발병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형무 중앙대 용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하루 평균 20g(이소플라본으로 40㎎)의 콩단백을 낫토 미소 두부 등으로 섭취한 일본인은 세계에서 폐경으로 인한 안면열성홍조와 심장병이 가장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이를 인정해 하루에 콩단백 25g 이상 섭취를 권장했다"고 밝혔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지난해 미국 국립암협회지에 콩과 이소플라본의 종양 억제 또는 촉진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논문이 실리면서 콩의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이 중립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 학자들은 일상적인 콩 식품 섭취는 이렇다할 부작용을 띠지 않지만 이소플라본 추출물이나 대두단백 보충제(정제나 캅셀 형태) 등은 암을 예방할수 있다는 증거가 없어 추천하지 않는다는 두루뭉실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단 콩을 갑자기 고용량으로 늘려 섭취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콩의 대안은 뭔가

[건강한 인생] '중년의 홍역' 폐경증후군‥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약?
콩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승마 석류 등 대안식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승마는 지난 50년간 유럽에서 폐경 증상의 치료를 위해 쓰여온 생약으로 독일의 생약 및 약용식물전문위원회(Commission E)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NCCAM)는 승마와 '성요한의 풀'추출물(히페리시)를 '추천할만한 증거를 가진'(B등급) 폐경증후군 개선 생약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석류 당귀 달맞이꽃종자유(감마리놀렌산) 등은 한단계 낮은 C등급이다.

승마는 디옥시악테인이 주성분으로 체내에서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하면서 여러 폐경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페리시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아니지만 우울증 불안증 치료에 널리 사용돼온 생약이다.

석류나 대추야자는 사람의 에스트로겐과 가장 유사한 구조의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석류의 경우 함유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체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한다거나 에스트로겐이 기대밖으로 소량 함유돼 아주 많은 양의 석류를 먹어야 한다는 등 연구가 분분한 상태다.

달맞이꽃종자유는 갱년기증후군 치료제로 널리 사용돼왔으나 북미폐경학회는 폐경 치료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은 바 있다.

박 교수는 "승마와 히페리시를 같이 복용하면 열성홍조 증상이 50% 이상 완화되는 등 폐경증후군이 현저하게 개선된다"며 "다만 어떤 식품을 먹어도 효과의 30%가량은 위약효과(플라시보)에 의한 것이므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