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역사책 수정…中ㆍ日 역사왜곡 대응 의도
신화 형태의 `고조선 건국' 역사로 편입

올해 신학기 역사교과서에 한반도 청동기 보급 시기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최대 1천년까지 앞당겨지고 그동안 신화 형태로 기술된 고조선 건국 과정이 공식 역사로 편입돼 일선 고등학교에서 가르쳐진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기존 교과서에 실린 한반도 청동기 보급 시기가 잘못됐다는 학계 등의 지적을 수용해 2007학년도 고교 역사교과서의 `고조선과 청동기 문화' 단원을 일부 수정해 신학기부터 일선 학교에 개정교과서를 보급키로 했다.

이 단원 가운데 27쪽의 `신석기 시대를 이어 한반도에서는 기원전 10세기경에, 만주 지역에서는 이보다 앞서는 기원전 15∼기원전 13 세기경에 청동기 시대가 전개되었다'라는 부분이 바뀐다고 교육부 관계자가 전했다.

신교과서에는 `신석기 말인 기원전 2000년경에 중국의 요령(랴오닝), 러시아의 아무르 강과 연해주 지역에서 들어온 덧띠새김무늬 토기 문화가 앞선 빗살무늬 토기 문화와 약 500년간 공존하다가 점차 청동기 시대로 넘어간다.

이 때가 기원전 2000년경에서 기원전 1천500년경으로, 한반도 청동기 시대가 본격화된다'라고 기록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반도에 청동기 문화가 전파된 시점이 종전보다 500년에서 1천년 앞당겨진 셈이다.

신교과서에는 `고인돌도 이 무렵 나타나 한반도의 토착 사회를 이루게 된다.

청동기 시대에는 생산 경제가 그전보다 발달하고, 청동기 제작과 관련된 전문 장인이 출현하였으며, 사유재산 제도와 계급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라는 부분이 신설됐다.

이 부분을 집필한 최몽룡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강원도 정선과 춘천, 홍천, 경기도 가평, 인천 게양구, 경남 진주 등지에서 최근 출토된 유물 등을 근거로 한반도에 청동기 문화가 전래된 시기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과서 32쪽의 `삼국유사와 동국통감의 기록에 따르면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고 한다(기원전 2333)' 부분도 `삼국유사와 동국통감의 기록에 따르면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로 수정했다.

한반도 상고사를 이처럼 바꾼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한반도 역사 왜곡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동안 신화 형태로 기술된 고조선 건국 관련 부분을 공식적인 우리 역사로 편입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학계 등의 요구를 수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 당시 "`고조선은 단군왕검이 건국하였다고 한다'라는 교과서 내용이 무슨 뜻이냐. 이 표현은 매우 수동적이다.

어디서 전해들은 이야기 형태로 쓰여 있다.

삼국유사와 동국통감은 어느 나라 역사책인가"라며 교과서 개정을 요구했다.

교육부가 단군왕검의 이야기를 역사로 편입하고 고조선이 기원전 2천 년에 시작된 청동기 시대의 문화를 배경으로 성립됐다는 점을 고교 교과서에 명시함으로써 대외적으로 한민족의 기원을 분명히 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교과서에 한(漢)의 영토를 거의 충청지방까지 이르는 것으로 표시해 고조선이라는 나라는 역사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았고 한반도는 모두 중국의 영토였다는 식으로 가르쳤고 일본 교과서 연표에도 고조선에 대한 기술 없이 곧바로 한국 역사의 시작이 낙랑군과 고구려로 표기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