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배점 2.5점→2,3,4점, 5지선다형→5~8지선다형
"예고 없어 혼란 초래"-"예고 불필요한 요령방지책"

2월15일 치러지는 2007년도 사법시험 1차시험을 앞두고 법무부가 헌법 등 필수과목의 문항당 배점을 차등화하고 5지선다형을 5지~8지선다형으로 다양화하겠다고 공고했다.

그동안 문항별 배점과 보기 문항 개수가 일률적이어서 수험생 실력차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쉬운 문제부터 먼저 푸는 등의 요령부터 터득하는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수험생들은 시험형식 변경 같은 `중대 사항'을 예고하지 않고 시험이 2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공고하는 것은 혼란을 부추기고 시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올해 1차시험 원서 접수자는 2만1천여명으로 지난해보다 2천명 늘었다.

◇ 어떻게 바뀌나

법무부는 26일 사법시험 홈페이지(www.moj.go.kr/barexam)에 공고를 내 "이번 49회 사시 1차시험부터 문항당 일률적으로 2.5점이던 필수과목(헌법ㆍ민법ㆍ형법)의 배점을 2점, 3점, 4점으로 다양화한다"고 밝혔다.

중요하고 깊이 있는 문제의 배점을 높여 시험 변별력을 높이고 배점이 낮은 문제는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문제를 출제해 시간 부족 현상을 해결하려는 취지이며 `문17(배점4)'처럼 문항별 배점은 문제 번호 옆에 기재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법무부는 또 5개로 단일화돼 있는 답항의 개수(5지선다형)를 필수과목(헌법ㆍ민법ㆍ형법)에 대해 최대 8개(8지선다형)까지 늘린다고 공고했다.

일부 문제만 답항이 6개, 7개, 8개이고 나머지는 현행 5지선다형이 유지된다.

법무부는 그러나 OMR 답안지는 모든 문항에 8개의 답항이 인쇄돼 있어 답안 표기 때 주의가 요망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문제지를 받은 뒤 시험 시작종이 울리기 전 미리 문제를 보는 응시자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문제지를 스티커로 봉인하고 미리 뜯으면 문제를 실제 봤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부정행위로 간주해 0점 처리하기로 했다.

◇ 수험생들 "보름 밖에 안남았는데"

일부 수험생은 이런 사항이 예고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법무부가 공고에서 "실제 출제는 출제위원 재량이어서 지침이 시험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반영되는지는 답변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밝힌데 대해 무책임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신림동의 한 고시학원 관계자는 "새 지침에 따라 출제된다면 수험생은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배점이 차등화되고 선택항이 다양화된다는 것은 단지 형식적인 변화라고만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점에 따라 문제도 어려워지고 선택항이 늘어나는 만큼 문제에서 다루는 사안도 복잡해진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내용 자체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제위원 재량에 맡긴다고 한 의도는 바뀐 지침에 따른 출제문항이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출제위원들이 혼란을 예상하고도 이런 문항을 많이 낼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과목당 3~4문항이 `선보이기' 수준에서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기도 했다.

수험생 김모(여.23)씨는 "시험이 코 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법무부 공고로 신림동 고시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험생은 법무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시험 유형이 바뀌어도 너무 급작스런 일이라 신뢰를 저버린 처사이고 예전대로 출제되더라도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따졌다.

◇ 법무부 "요령 통하지 않는다"

우병우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은 "출제 범위 등이 바뀌는 사항이 아니어서 미리 고지하거나 사법시험관리위원회 논의를 거칠 필요도 없다"고 일축했다.

문항당 배점과 답항 개수를 차등화ㆍ다양화하거나 문제 형식을 `oㆍx형' 또는 `주관식ㆍ객관식' 등으로 하는 것은 출제위원들의 재량일 뿐 미리 알려줘야 할 사항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 과장은 "2차시험인 민법 과목의 배점을 100점에서 150점으로 늘리는 등의 사항은 총점과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커 미리 고지하고 유예기간도 두지만 이번 경우는 미리 알려줄 필요가 없음에도 수험생들을 위해 시험장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공고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이도와 관계없이 문항당 배점이 2.5점으로 일률적이어서 고시학원이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등의 요령부터 가르치는 게 현실이다.

요령이 아닌 실력을 갖춘 인재를 제대로 뽑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우 과장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1천명 안팎을 뽑는데다 수험생 모두에게 똑같은 조건인 만큼 유ㆍ불리가 없고 오히려 실력을 갖춘 수험생은 환영한다"며 "수능시험도 어려운 문제는 배점이 높고 쉬운 문제는 배점이 낮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법무부는 답항이 8개까지 기재된 답안지 인쇄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출제위원을 위촉하고 출제본부를 꾸릴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