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태양은 강인함과 개방성 등 남성적 이미지를 지닌다.

절대왕정의 대표적 전제군주인 루이 14세가 태양왕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태양이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며 여성형이다.

달을 뜻하는 몬트(mond)는 어둠이나 밤,묵직하고 과묵하며 깊이있는 남성성의 이미지를 지닌다.

따라서 독일에서 남성용품을 판매할 때 이미지 로고로 달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고 프랑스에서 여성용품 향수나 화장품을 광고할 때는 달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마케팅의 거장인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컬처 코드(The Culture Code)'(김상철·김정수 옮김,리더스북)를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별 소비자들의 무의식을 직관적으로 투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가령 '완벽함'이라는 단어에 대한 미국인의 문화코드는 '죽음'에 맞닿아 있다.

삶이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것이며 '완벽함'은 죽은 뒤에나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완벽한 품질''식스 시그마''나노기술'등을 강조하는 마케팅 콘셉트를 낯설어한다.

그렇다면 차에 대한 미국인의 무의식을 여는 코드는 무엇일까? 땅이 넓어 부모의 차로 통학을 해야 하는 미국 청소년들에게 차는 강한 해방감,자유,열정의 상징이다.

또 10대의 아련한 첫 키스와 섹스의 설레는 경험 등이 차에 녹아있다.

이를 겨냥한 차가 개성적이며 섹시한 이미지로 가득한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피티 크루저(PT Cruiser)'다.

이 차는 품질이나 주행감,연비 등은 보통이었지만 미국 사람들의 무의식에 각인된 자유와 열정의 감성 코드를 자극해 대히트를 쳤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건강에 대한 미국인의 문화와 감성코드는 '활동성'이다.

개척의 이민사를 지닌 미국인들에게 활동을 멈추는 것은 곧 건강을 잃는 것을 의미하므로 건강 관련 상품을 마케팅할 때는 '활동성'을 강조해야 한다.

미국인은 또 '젊음'이라는 마술적 단어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통찰한다.

일본의 마즈다 자동차는 미타(Mitta)라는 브랜드의 자동차를 젊은이를 위한 초보자용 스포츠카로 내놨는데 정작 이 차를 가장 많이 구입한 연령대는 55세 이상이었다.

마즈다는 주 고객층을 파악한 뒤에도 여전히 젊은 층을 겨냥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영원한 젊음을 그리워하는 노년층들이 대리만족을 위해 초보자용 스포츠카를 산다는 미묘한 심리적 코드를 알아낸 현명한 판단의 결과였다.

저자는 전 세계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한 300회 이상의 문화코드 발견 경험을 자세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는 문화코드에 접근하는 심리적 방식으로 마케팅의 핵심을 세우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특허까지 얻었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인지 미국인의 심리와 문화코드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한계다.

그러나 친절하게도 각 나라의 문화코드를 발견하기 위한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296쪽,1만3000원.

홍은주 문화방송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