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팀과 이를 방어하는 변호인단이 '창과 방패'의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법원이 잇따라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체포·구속 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고승덕 변호사 등으로부터 전문가 의견을 보강하는 등 창끝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론스타 등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에는 거물급이 나서서 맞불을 놓고 있다.

○사시 17회 동기끼리 '혈투'

'대검 중수부 칼 세 번 맞고 버틴 불사조.'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에게 붙여진 법조계 별칭이다.

지난 5월 배임·횡령 영장에 이어 지난 3일과 8일 밤 주가 조작 의혹 관련 구속 영장이 연거푸 기각되면서 유씨는 대검에 사상 처음 세 번씩이나 '물'을 먹인 장본인이 됐다.

하지만 정상명 검찰총장의 자존심이 상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회원씨 뒤에 있는 사시 동기 때문이다.

경기고 동문인 인연으로 유씨 변호에 나선 장용국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대표)는 정 총장의 서울대 법대 4년 후배이지만 사법 시험(17회)은 같이 붙었다.

사시 동기끼리 맞붙어 정 총장이 3전3패한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동기이기도 한 장 변호사는 유 대표의 영장 기각 직후 검찰이 범죄 혐의와 반론을 담은 이메일을 변호사와 교수 등 7000여명에게 발송한 것과 관련,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죄는 나중에 꼭 짚고 넘어가겠다"며 오히려 역공을 펴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맞서 대검은 장 변호사의 서울대 법대 5년 후배에게 전문가 의견을 의뢰해 맞불을 놓고 있다.

행시 외시 사시 등 고시 3개에 모두 합격한 고승덕 변호사가 그 주인공.증권 분야 '최고수'로도 알려져 있는 고 변호사는 하룻밤을 꼬박 새워 만든 50여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외환카드의 주가 하락으로 외환은행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산정되기 때문에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이익을 얻었다"고 지적,검찰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 줬다.

○사(私)는 사,공(公)은 공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공모했다는 혐의로 13일 구속 영장이 청구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방패'는 법무법인 태평양이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노영보 변호사와 수원지검 검사 출신인 권민용 변호사가 사건을 맡고 있다.

변 전 국장과 경기고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인 노 변호사의 맞수는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사시 20회 동기다.

박 부장이 두 살 위여서 사석에서는 '형,동생' 하는 사이지만 대검 조사실에만 가면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이로 돌변한다.

노 변호사는 변 전 국장이 현대차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것에 빗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검찰의 논리를 깰 수 있다"고 밝히는 등 방패 속에 '비수'를 감추고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이강원 전 행장의 변호는 법무법인 리인터내셔널이 맡고 있다.

최근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리인터내셔널은 안용득 서영제 두 명의 대표 변호사가 직접 나섰다.

대법관 및 법원 행정처장을 역임한 안 변호사와 대구 고검장을 끝내고 리인터내셔널에 합류한 서 변호사는 '전관' 출신으로 무게감에서 검찰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서 변호사는 서울지검 검사장 시절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을 지휘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특수통'이어서 대검 중수부와의 불꽃 튀는 법정 다툼이 기대되고 있다.

이들의 방어 논리를 깨부술 '창' 역시 만만치 않다.

특수 수사에서 국내 최고의 베테랑들이 모인 대검 중수부는 수사 1과와 수사 2과를 모두 투입하는 등 막강 화력을 총동원했다.

검찰 라인업에는 박 부장 외에도 채동욱 수사기획관,최재경 수사1과장,오광수 수사2과장 등이 포함돼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