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 왔다.

올 추석은 유난히 연휴가 길기 때문에 지난 설 너무 짧은 연휴로 귀성길에 오르지 못했던 이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귀성길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긴 연휴로 귀성 차량이 분산될 거란 예측도 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귀성길 대란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소변을 참기 힘든 `과민성방광환자'에게는 귀성, 귀향길이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차가 정체되다 보면 몇 시간이고 차에서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그만큼 소변을 참아야 하는 고통도 커지기 때문이다.

■ 과민성 방광환자 벌써 '전전긍긍' = 추석을 앞두고 과민성 방광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는 김모(38.여)씨는 이번 추석에 경북 경주에 있는 시댁에 내려가야 하지만 벌써 고민에 빠졌다.

언젠가부터 소변을 본 후에도 다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고 너무 자주 화장실을 찾다 보니 집 밖을 나설 때는 화장실부터 찾는 게 습관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화장실이 딸린 기차를 타고 갈까도 했지만 기차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족들과 함께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 처지다.

김씨는 "가족이 다 모이는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편에게 말하자니 창피해서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에 다니는 박모(57)씨도 운전을 직접하고 형님 집에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지만 과민성 방광 증상 때문에 갈 길이 까마득하다.

요즘 들어 화장실을 갈 때마다 개운하지 않고, 점점 더 마려움증이 심해져 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인 추석인데 안 갈 수 없어 고민을 하다가 병원을 찾았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 하루 8번 이상 화장실 가면 `과민성 방광' = 과민성 방광은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방광에 차는 동안 방광이 비정상적으로 자주 수축함으로써 소변이 자주 마려워지는 증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방광에 400~500㎖ 정도의 소변이 찰 때까지 크게 불편함이 없지만 과민성 방광 환자들은 방광에 적은 양의 소변이 차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배뇨욕구를 느끼게 되며 참지 못한다.

과민성 방광은 하루에 8번 이상씩 화장실을 가게 되는 `빈뇨'와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2번 이상 일어나는 `야간빈뇨', 소변을 참기 힘들어 급히 화장실을 가는 `절박뇨', 소변이 마려울 때 충분히 참지 못하고 소변이 새서 옷을 적시는 `절박요실금' 등으로 나뉜다.

■ 과민성 방광 환자 귀성길 어떻게 준비할까 = 과민성 방광에는 약물과 자기장을 이용한 치료법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약물 치료의 경우 `항무스카린' 약물의 투여로 방광의 수축을 억제해 증상 완화를 유도한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자기장 치료도 효과를 낼 수 있다.

방광 근육의 안정과 이완, 내괄약근의 수축 유도를 통해 방광의 저장 능력을 증가시킴으로써 빈뇨, 절박뇨, 절박성 요실금의 증상을 호전시킨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자기장 치료의 경우 옷을 입은 상태에서 앉아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과민성방광 치료는 자기장 치료와 약물치료를 1~2개월 이상 꾸준히 받아야 효과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추석 1주일 이전이라도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을 경우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연세우노비뇨기과 정진원 원장은 "급박성 요실금과 빈뇨 등의 과민성방광 증상이 있다면 정확한 약물치료와 자기장 치료를 병행하면 짧은 기간에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증상이 호전됐더라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면 다시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정 원장은 덧붙였다.

■ 방광훈련과 골반근육 강화운동, 소변조절에 효과 = 만약 추석을 앞두고 과민성 방광 증세로 고민을 하고 있다면 방광훈련과 골반근육 강화운동을 해보는 것도 좋다.

스스로 배뇨일지를 만들어 기록하면서 소변이 마려운 것을 참아 내 배뇨 간격을 늘리는 것을 `방광훈련'이라고 한다.

골반근육운동은 갑작스럽게 소변이 마렵다고 느낄 때 골반 근육을 스스로 수축해서 방광 수축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 때는 항문을 조이면서 골반근육을 수축시켜야 한다.

출발 전날 밤 자기전과 출발 당일 일어나서 좌욕을 하는 것도 과민성 방광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

■ 출발 당일에는 카페인 음료, 과일 주스 피해야 = 과민성 방광 환자들의 경우 출발 당일에는 음식에 주의해야 한다.

평소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녹차 등의 차류, 초콜릿 등은 예민한 방광 근육을 자극해 소변을 더 마렵게 한다.

또한 당일에는 특히 탄산음료나 매운 음식, 신맛이 나는 과일등도 피하는 게 좋다.

장거리 이동시 차 안에서 자주 자세를 바꾸어 지속적인 회음부 압박을 피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만약 증상이 심하다면 성인용 기저귀를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순천향대병원 비뇨기과 김영호 교수는 "과민성 방광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가질 만큼 증상이 악화된다"면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초기에 적어도 3~6개월 이상 약물요법과 행동요법을 병행해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그 후에도 장기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 연세우노비뇨기과 정진원 원장, 유앤아이여성클리닉 최호성 원장)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