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8일 보험금을 타내려고 부인과 세 아들을 살해하고 범행을 감추기 위해 집에 불을 혐의(살인 등)로 구속 기소된 장모(37)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1997년 12월 30일 사형 집행이 중단된 이후 8년 8개월여동안 사형 대기 기결수는 63명을 유지하게 됐다.

장씨는 올해 3월 동거녀 등 3명을 잇따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김모씨에 이어 64번째 사형 대기 기결수이지만, 1명이 교도소에서 자연사함에 따라 전체 사형 대기자는 여전히 63명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형은 인간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이므로 누구라도 정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면서도 "처와 세 아들을 무참히 살해했다는 점과 청산가리가 녹아 있는 물을 마시지 않고 옆에 서 있던 막내아들까지 목 졸라 살해한 점을 보면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해 8월 보험금 6억원을 타내기 위해 주거지인 대전에서 대구까지 내려가 청산가리를 구입해 물에 녹여 부인과 두 아들에게 마시게 해 살해한 뒤 물을 마시지 않고 있던 막내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범행을 감추려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장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이, 항소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한편 주심을 맡은 박시환 대법관은 작년 11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와 간통죄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점에 비춰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낳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입법을 통한 폐지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현행법을 따라야한다는 소신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전원 합의로 형을 선고하며, 한 명이라도 다른 견해를 제시하면 사건은 전원합의체로 넘어가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