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공사만 전담하는 포항건설협회 소속 100여개 전문건설업체들 중 70여개 전기업체 대표들이 작업현장인 포항제철소에서 스스로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인한 자금난을 더이상 견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건설노조가 31일까지 잠정합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9월1일 사업권을 포스코 건설에 모두 넘겨주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각성을 촉구하는 '최후통첩'이 아닐 수 없다.

포항제철 내에서 일하는 M계전의 김모 대표(47)는 "그래도 노조원들을 한 식구처럼 생각하고 버티려 했는데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포항건설업체 김 모 사장(58)은 "해마다 노사가 적이 되어 갈등을 빚는 게 이젠 죽기보다 싫다"며 "해마다 강성 노조 눈치보고 회사를 경영할 바에야 차라리 포항제철소 밖에서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속시원하겠다"고 말했다.

전기협의회의 이 같은 결정에 토목,설비 등 30여개 전문건설업체들도 사업포기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여 파이넥스 공장 등 20여년 동안 포항제철의 최첨단 건설공사 현장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포항전문건설업체 조직이 사실상 와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노조도 3500여명의 노조원들의 일자리는 물론 사용자를 잃게 돼 노조로서의 설자리를 잃게 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5일 포항건설노조 사태와 관련,총파업을 단행키로 해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건설노조 파업으로 인한 공사 중단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 앞으로 계열사인 포스코건설과의 공사계약 비중을 줄이는 대신 민간 건설업체들과의 거래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이날 파이넥스 공정 중 추가 프로젝트인 미분탄취입설비(PCI) 공사를 협력업체인 서희건설에 맡기기로 했다.

서희건설은 4일부터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희건설은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공사를 전개할 것으로 보여 포항건설 노조원의 동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