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한테는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필요가 없어요. 제가 뭘 해도 잘못한다고 생각하시거든요."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에게 더 이상 잘 보일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학생들을 종종 만난다.

부모가 이미 자신을 '공부 못하는 애' '말썽만 피우는 녀석' '감시가 없으면 컴퓨터만 하는 애'라고 '낙인'을 찍어놨기 때문에 자신이 더 이상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 교육학자가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을 무작위로 선발해 A,B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학기가 끝난 후 학생들의 실제 성적이나 태도와 상관없이 A그룹의 학생들에게는 모두 '이 학생은 매우 성실하고 성적도 우수한 학생이다'라는 평가를 줬다.

반면 B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이 학생은 불성실하고 성적이 나쁘며 다른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는 평가를 내렸다.

평가를 내린 후 한 한기가 지나 다시 두 그룹 학생들의 성적을 분석했다.

놀랍게도 평가를 받기 전 성적과 상관없이 A그룹 학생들은 전원 성적이 상승했고,B그룹 학생들은 전원 하락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받는 기대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즉 부모의 긍정적인 기대와 믿음이 자녀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한대로 크다는 뜻이다.

만약 자녀로부터 '내가 뭘 해도 믿지 않잖아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당신 기분은 어떨까.

아마도 '내가 뭘 어떻게 했기에 우리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하고 반문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부모가 먼저 '우리 아이는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는 가설을 정해 놓고 아이의 행동을 이런 가설과 고정관념에 끼워 맞춰 판단하고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녀는 부모의 기대를 먹고 자란다.

오늘부터 나의 신뢰와 격려로 내 아이가 바뀐다는 가설을 세워보자.아이는 반드시 그 기대와 사랑에 부응할 것이다.

도움말=에듀플렉스 고승재 대표 ask@eduplex.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