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등 성인 오락 게임이 온 나라를 도박장으로 만든 것은 정부의 어설픈 규제 완화 정책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오락실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면서 상품권을 도박용 칩으로 전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허술한 법 규정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를 무력화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2002년 1월 음반·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성인오락실을 종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각종 규제를 풀어가며 정부가 성인오락실을 키운 것은 게임산업을 미래 수출 산업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상품권으로 몸집 키운 바다이야기=바다이야기가 영등위 심의를 통과하기 전 영등위는 사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급 분류 기준 변경안 심사를 국무총리실에 요청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아케이드 게임물의 세부 개정안은 과도한 규제 내용이 포함됐다며 반려했다.

결국 바다이야기는 2004년 말 영등위 심의를 통과해 이듬해 1월 시장에 나왔다.

250만원까지 최고 당첨금을 지급하는 바다이야기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 데는 2002년 도입한 '상품권 경품 지급 제도'의 영향이 컸다.

문화관광부는 바다이야기가 영등위 심사를 통과한 지 20여일 만에 당첨금이 2만원에 달하면 강제적으로 상품권을 배출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상품권 지급 한도를 정하지 않음에 따라 바다이야기 제조업체는 이를 악용해 최대 250만원까지 경품을 배출하는 연타 기능을 탑재했다.

경품 상품권 지급 제도 자체의 모순도 컸다.

문화부는 딱지 상품권이 100여종이나 난립하자 지난해 3월 인증제를 추진해 22개의 상품권을 선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선정 과정의 비리 의혹이 불거져 3개월 만에 지정제로 변경했고 이 제도 역시 딱지 상품권의 대량 유통을 막지 못해 지난 7월 경품 상품권은 폐지됐다.

○규제 완화 명목으로 영등위 무력화=2004년 문화부가 정한 사행성 범위는 △1시간 최대 투입 금액 9만원 △1회 최대 당첨 금액 2만원 △상품권 배출 후 기록 삭제(상품권 강제 배출)뿐이었다.

게임이냐 도박이냐를 가르는 기준이 세 가지뿐이었던 셈.이에 따라 바다이야기도 합법적으로 심의를 통과했다.

다만 다른 기계들과 달리 125차례에 걸쳐 250만원까지 연속적으로 상품권을 배출하는 게 달랐을 뿐이었다.

영등위는 지난해 바다이야기 후속 버전에 대해 등급심사 보류로 맞섰지만 결국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영등위 심의 규정상 설명서와 기계 외관,화면의 내용 등에 대해서만 심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프로그램을 보는 기술심의는 규제개혁 차원이라는 명분으로 없앤 지 오래다.

이와 관련,영등위의 한 위원은 "규정상 영등위 심사는 청소년의 관점에서 등급을 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복잡한 내부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심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바다이야기가 도박기임을 입증해 불가 판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