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가 진일보하게 된 데는 이탈리아의 영향이 크다.

1533년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이 당시 프랑스 황제 앙리 2세에게 시집 올 때 다양한 음식 문화를 프랑스 왕궁에 소개했다.

요리 방법에서부터 식탁 예절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요리 문화의 전반적인 발전을 이끈 계기가 됐다.

이탈리아 음식 문화의 저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맥도날드의 패스트 푸드 권장 마케팅이 이탈리아의 '슬로 푸드(slow food)' 운동에 맥을 못 추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슬로 푸드란 1986년부터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식생활 운동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음식 문화를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 도산공원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보나세라(Bounasera)'의 파올로 데 마리아씨(Paolo De Maria·39)는 이탈리아 음식의 맛을 한국에 와서 보여주고 있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보나세라는 이탈리아어로 '좋은 저녁 보내세요'라는 뜻.그가 소개한 음식은 '파고티니 알라 카르보나라 델 보나세라(Fagottini Alla Carbonara del Bounasera·이하 카르보나라)''스키아차타 알 에밀리아나(Emilia Style Schiacciata·이하 스키아차타)'아넬로 인 크로스타 디 에르베테(Agnello in Crosta di Erbette·이하 양고기 요리)' 등 세 가지다.

보통의 카르보나라는 소스에 면을 넣어 먹지만 그가 만든 것은 만두 피와 비슷하게 생긴 파스타에 카르보나라 소스를 넣는 방법을 썼다.

씹었을 때 톡하고 소스 국물이 튀어나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키아차타는 피자의 다른 이름으로 얇은 도우 위에 '모차렐라 치즈','루콜라(나폴리의 독특한 향채소)',신선한 토마토,프로슈토 크루도(이탈리아 햄)를 토핑했다.

바삭거리는 맛이 좋고 다른 피자에 비해 소화도 잘되는 편.'스키아차타'는 이탈리아어로 '누르다'라는 뜻.납작하게 눌러서 얇고 바삭하게 구운 도우를 말한다.

양고기 요리는 스테이크 위에 로즈마리(허브의 한 종류)와 녹차 가루가 입혀져 담백하면서도 육질이 살아 있다.

2004년부터 한국에서 일했다는 데 마리아씨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이탈리아에서도 자신의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게 되니 요리 이외에도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영에서부터 주방 내 스태프들과의 관계,동업자에 대한 배려까지 하려니 지칠 수밖에 없었죠." 마침 보나세라의 컨설팅업체가 그에게 한국행을 제안했고 1년의 고민 끝에 새로운 경험을 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어가 아니라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다양한 손짓을 섞어 가면서 말을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손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둘 다 반도 국가라는 점에서 국민성이 비슷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고개를 흔든다.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의 차이가 크고 한국도 지역마다 문화가 다를 텐데 단순히 비슷하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데 마리아씨의 고향은 북부 토리노.북부 사람들은 침착하고 차분한 반면 남부 사람은 열정적이고 다혈질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도 축구 얘기가 나오니 남과 북을 구분 짓던 태도가 달라진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은 난관을 잘 헤쳐 나가는 이탈리아의 단합된 힘을 보여준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한다.

그는 이탈리아에 돌아가서 다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데 마리아씨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동료들을 이해하려는 지금의 노력이 훗날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