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이 최종 확정됐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4일 당정회의를 열고 올해부터 2010년까지 5년간을 유효기간으로 하는 제1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새로마지 플랜 2010)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우리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의 출발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저출산.고령사회라는 전인미답의 새로운 사회 구조에 연착륙할 수 있을 지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정부 대책은 각종 정책을 총동원 했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내용을 담고는 있으나 재원 한계 등으로 뚜렷한 묘책을 내놓지 못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각 부처가 그동안 발표한 정책을 취합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정부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일고 있고, 기본대책 논의과정에서 빚어진 부처간 불협화음의 앙금도 채 가시지 않고 있다.

◇ 어떤 내용 담고 있나 = 이번 계획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사회.경제구조의 전반적 개혁을 통해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 실현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은 출산.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다.

이를 위해 아동수당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영유아 보육.교육비 지원을 중산층으로까지 확대해 2010년까지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130%까지 0∼4살 아동의 보육.교육비를 지원키로 했다.

만 5살 아동과 장애아동, 농어촌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 및 교육비 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방과 후 학교를 대폭 늘리고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비영리 민간기관 이용이 가능한 바우처를 지급키로 했다.

자녀 수에 따라 일정기간의 국민연금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한 것으로 인정하는 국민연금 출산 크레디트제도 도입된다.

무주택 다 자녀 가정에는 공동주택 우선 분양 혜택이 제공되고 국민임대주택도 특별 공급된다.

이를 위해 주택청약제도 개편이 추진된다.

예비 부부와 신혼 부부들의 초기 주거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세자금 대출시 장기분할상환제 도입 등 주거문제 지원방안도 실시된다.

입양활성화를 위해 18살 미만 모든 입양아동에 대해서는 매달 10만 원의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등 각종 입양 대책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여성들의 직장-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국공립보육시설을 2010년까지 2천700곳으로 늘리는 등 국공립 보육시설을 중.장기적으로 이용아동 대비 30%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0∼2세 영아 보육에 대한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조금이 지급되고 보육시설 평가인증제를 연차적으로 확대 실시키로 했다.

불임부부에 대한 시험관 아기 시술비 지원을 연차적으로 확대하며 저소득층 출산가정에는 산모도우미를 파견해 산후조리를 돕기로 했다.

가족친화적, 양성평등 사회문화환경 조성을 위해 중소기업 여성근로자의 산전. 후 휴가 시 90일분의 급여를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하며, 임신 16주 이상 여성근로자에게 유산.사산시 임신기간에 따라 30∼90일의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2008년부터 배우자 출산시 남성근로자에게 3일간의 출산휴가를 주는 `아버지 출산휴가제' 도입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와 비정규직 여성근로자와 경력단절 여성근로자를 위해 `출산 후 계속고용 지원금' 및 `출산여성 재취업 장려금제' 신설, 가족친화적 기업 인증제 도입 등도 추진된다.

고령사회 대책으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체계를 마련하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재정 안정화를 도모하면서 노후 사각지대도 해소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특수직역연금 개혁도 해 나가기로 했다.

노인 근로의욕 고취 차원에서 연금수급시기를 늦추는 경우 1년에 6%씩 연금 수급액을 높여주는 등 고령 근로활동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강구된다.

신규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등 퇴직연금제도 조기 정착과 개인연금 활성화 등을 통해 다양한 노후 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한다.

또 65살 이상 노인과 64살 이하 치매.뇌혈관성 질환 노인을 대상으로 목욕과 간호, 가사를 지원하는 노인수발보험제도가 2008년부터 도입된다.

말기 질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서비스 제도를 도입하고 노인성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며 공립 치매요양병원도 대폭 늘릴 방침이다.


◇ 기본계획 확정 배경 =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08명이었다. 1993년 1.67명이었던 것이 2000년 1.47명, 2002년 1.17명, 2003년 1.19명, 2004년 1.16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전세계에서 최저 수준이다. 저출산 비상이 걸린 일본도 1.29명으로 우리보다는 한결 나은 편이다.
이 같은 저출산 배경에는 전통적인 가족.자녀관의 변화와 `반(反) 출산 환경'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평균 수명의 증가로 노인 인구는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상회하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의 경우 이미 2000년 고령화사회에 도달한 데 이어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추세를 감안하면 초고령 사회 도달 시기가 훨씬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쨌든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26년 걸리는 셈인데, 이는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일본(36년)과도 비할 바가 아니다. 독일은 78년, 미국은 88년, 프랑스는 155년이나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 노인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7.3%로 일본(36.5%)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이 된다. 인구도 2020년의 4천996만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이 같은 저출산.고령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전면적 변화가 야기될 것이나 현재로선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력 감퇴, 성장동력 쇠퇴, 주변국으로의 전락 등은 불가피한 현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생산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력 손상이 불가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감소 분은 매년 0.25-0.75% 포인트 정도 된다.

노인들과 젊은층 사이의 세대간 전쟁은 갈등의 한 요인이 될 것이다. 당장 2020년이 되면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고 2040년이 되면 2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한다. 노후 보장의 골간인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후(後) 세대의 과중한 부담과 장기 재정 불안으로 존립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 같은 고령화 경향에다 저출산 기조까지 겹치면 그 폭발력은 배가 된다. 실례로 과잉 투자된 학교와 교원의 구조조정, 장병 감소에 따른 국방력 약화 등은 당장 현실적 문제가 된다. 외국인 노동자로의 노동력 대체, 이민 정책 수정, 아동시장 축소에 반하는 실버산업 확대 등 그 파장이 미치지 않을 분야가 없다.

◇ 어떻게 마련했나 = 정부의 이번 대책은 방대하다. 관련 정부 부처가 모두 참여해 수개월간 공을 들인 작품이다.

정부는 일단 2010년까지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기반을 구축하고 이어 2015년까지 점진적인 출산율 회복과 고령사회 대응체계의 확고한 구축을, 202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의 출산율 회복과 고령사회에 대한 성공적 대응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때쯤 되면 합계출산율이 1.6명쯤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향후 5년간의 추진과제는 크게 3가지다. 출산.양육에 유리한 환경조성, 고령사회 삶의 질 향상 기반 구축, 미래 성장동력 확보이다. 당장 구체적으로 추진할 정책 과제만도 70여가지가 된다.

정부는 이번 시안을 짜는 데 고심을 거듭했다. 지난해 9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다음달인 10월 복지부내에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가 발족됐다. 이 본부에는 복지부와 노동부, 산자부, 기획예산처 등 12개 부처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각 부처의 파견 공무원들은 관계부처간 협의의 통로가 됐다. 연구 용역을 통해 18개 연구기관과 학계 전문가 60여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 문제는 없나 = 이번 정부 대책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이 정도 내용을 갖고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급속한 저출산.고령사회화를 무리없이 조정해 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특단의 계기가 없는 한 합계출산율 목표인 1.6명은 요원한 과제"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회 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 없이는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더욱이 이번 대책은 대부분이 각 부처에서 추진해 온 정책들을 취합한 수준에 그쳤다. 신규 예산 사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동수당제가 당면 추진과제이나 이도 재원 확보, 정책 실효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은 한마디로 `돈'과의 싸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우리로선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을 위해 향후 5년간 소요되는 재원은 32조746억원에 달한다.
이를 위해 실효성 낮은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불요불급한 재정지출 억제,비과세.감면제도 신설 억제,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 파악율 제고 및 세수기반 확대 등이 추진된다.

하지만 이 정도 방안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여부도 불투명 하지만, 조세 저항 등도 거셀 것으로 예상돼 향후 전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