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3시 경희대학교 청운관 201호.여름 계절학기 교양과목으로 개설한 '약과 건강'(3학점) 수업이 막 시작되기 직전이다.

강의실로 들어선 학생들이 하나둘 학생증을 꺼내 책상 위 단말기에 삽입한다.

순간 교단 위에 있는 데스크 PC 화면에는 수강생들의 출·결석 사항은 물론 자리 배치도가 정확하게 나타난다.

이어 강의가 시작됐다.

교수가 학생의 이해도를 측정하기 위해 퀴즈(쪽지시험)를 내자 학생들은 단말기에 달린 버튼 5개 중 하나를 선택해 누른다.

이와 동시에 PC 화면에는 누가 정답과 오답을 선택했는지 그대로 뜬다.

경희대학교가 교수와 학생이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며 수업할 수 있도록 '유비쿼터스 양방향 강의 지원 시스템'을 개발,최근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일부 대학이 대리출석을 막기 위해 단순히 사진을 첨부한 출석부를 활용하는 식의 전자출결 시스템이나 도서대출 체계를 도입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경희대의 경우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수업 자체를 '인터액티브(inter-active)'하게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지난 6월 말부터 개강한 계절학기 교양과목 중 '사진예술의 이해','생활 한의학','약과 건강'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대학측은 2학기부터 교내 다른 강의실과 전공 수업에도 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담당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 때마다 자리를 바꿔 앉아도 어디에 누가 있는지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수강생의 이름과 사진,전공은 물론 누적 출석률까지 개인정보를 버튼 하나로 검색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는 점.교수는 자신의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학생들에게 언제든지 물을 수 있다.

'잘 모름'(1번)부터 '충분히 이해'(5번)까지 단말기에 달린 버튼을 누르도록 하면 학생들의 답변이 단번에 평균 점수와 그래프로 나타난다.

정성현 교수(49·약학과)는 "직접 수강생의 이름을 부르며 질문을 하다 보니 친밀감이 생긴다"며 "졸거나 딴짓을 하는 학생의 단말기에 경고등이 켜지는 기능도 있다"고 귀띔했다.

80여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생활 한의학' 수업을 진행하는 차웅석 교수(37·한의학)도 "예전에는 '이해가 되느냐'고 아무리 물어도 학생들이 창피해서 대답을 안했는데 이제는 손쉽게 이해도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다시 설명을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수강생들의 반응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정종천씨(25·무역학과 3년)는 "감시받는 느낌이 들었는데 익숙해지니 재미있기도 하고 편리하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