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등 선수들 독특한 표정 사진으로 화제

"스포츠 선수들 결정적 순간 담았을 뿐"

요즘 인터넷에 뜨는 사진기자가 있다. 그의 주된 타깃은 유명 축구 선수들이다.

아무리 미남 선수라 해도 그의 포커스에 잡히면 `엉망진창'이 돼 버린다.

심지어 영국 잉글랜드 대표팀의 미남 축구 스타인 데이비드 베컴도 그의 손에서는 `어쩌면 얼굴이 이렇게 망가될 수 있느냐'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온통 코믹하게 찡그린 얼굴로 변해 버린다.

특히 미남형인 이동국은 번번히 그의 사냥감이 됐다.

이 때문에 `안티 이동국'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연합뉴스 사진부에 근무하는 한상균 기자는 네티즌들 사이에 폭발적으로 회자되는 `안티 논란'에 대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일그러진 표정 사진들을 찍은 데 대해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담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초 축구 선수들이 경기나 훈련 도중 드러낸 찡그린 얼굴을 사진에 담아 화제에 올랐다.

요즘 들어서는 월드컵 바람을 타고 그 명성이 더하고 있다.

그가 찍은 이동국, 이천수, 김남일 선수 등의 사진을 모아놓은 게시물이 인터넷상에 확산되고 그의 이름이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가 되는 등 화제가 되자 선수들을 싫어하는 '안티 기자'라는 비난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번져나갔다.

그러나 한 기자는 "그런 사진들은 모두 결정적인 순간을 담은 것으로, 스포츠 사진은 그 순간을 놓치면 흔한 말로 물 먹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가령 헤딩하는 순간 선수들의 얼굴은 당연히 일그러질 수 밖에 없는 데 대부분의 사진기자들이 그 장면을 잡아낸다"는 것이다.

그는 "미니홈피가 알려지면서 욕설이 많이 올라왔던 때가 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면서 "신경 쓰기 시작하면 사진을 못 올린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미니홈피에 한 기자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알려지면서 한 기자에 대한 네티즌들의 시각은 크게 바뀌고 있다.

부스스한 머리로 아기를 들쳐 업고 진공청소기를 밀거나 겨울 잠바를 입고 쭈그리고 앉아 밥을 먹는 노숙자 장면, 고급 승용차를 타면서 신발을 벗어놓은 천진난만한 모습, 흰 천을 갖고 바람에 말려 치마가 허벅지까지 올라간 마릴린 먼로의 영화속 명장면 재현 등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숨김없이 공개한 것이다.

이 같은 그의 `추한' 모습은 사진을 직접 가르친 그의 아내가 찍은 것이라고 한다.

한 기자는 이에 대해 "자연스럽고도 재미있는 사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상을 가볍고 재미나게 찍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미니홈피에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글을 남겨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야구가 때때로 스포츠 취재 사진기자에게 가장 지루한 취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진기자들끼리 그냥 편하게 하는 말이니 오해가 없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그는 "사진기자가 이렇게 조명받았던 적이 없는데 (네티즌들의 관심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인터뷰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게재된 지 불과 수 시간만에 15만건 이상의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100여개의 댓글이 달려 한 기자에 대한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특히 네티즌들은 한 기자를 지칭, "`언론계의 이단아', `낚시질의 명수'가 결국엔 기사화됐다"며 큰 관심을 보였고, 일부는 자신들을 열렬한 `팬'이라며 사인까지 주문하는 등 `인터넷 스타'의 높은 인기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