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전문석사과정(MBA)을 마친 박보혜씨(29).전자업종 대기업인 S전자에서 2년간 휴대폰 단말기 개발을 맡았던 박씨는 졸업과 함께 한 대기업의 IT컨설턴트로 자리를 옮겼다.

연봉은 4000만원 선.이전 직장에서 기본급 2500만원에 각종 인센티브를 합쳐 받았던 금액과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업종을 바꿔 경력 전환에 성공했다는 생각에 박씨는 만족해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6개 대학이 경영전문대학원(MBA 스쿨)으로 인가를 받아 올해 9월부터 학생을 모집하면서 국내 MBA의 '투자효율'에 대한 직장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주요 국내 MBA 스쿨 졸업생의 입학 전과 졸업 후 연봉 변화를 조사한 결과 졸업자들의 연봉 증가분은 1000만원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4000만∼5000만원 연봉이 가장 많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이 2006년 2월 졸업한 학생 중 회사의 지원 없이 자비로 대학원을 다녔던 학생 51명(전체 자비 졸업생 93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해 23일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연봉이 1000만~2000만원가량 올랐다는 대답이 58.8%로 가장 많았다.

1000만원 미만(15.7%)과 2000만~3000만원(13.7%)이 각각 뒤를 이었다.

3000만원 이상 올랐다는 응답자도 3명 있었지만 이들은 이전 직장에서의 연봉이 1300만~2500만원 선으로 비교적 낮았다.

연봉이 줄었다는 응답자는 없었다.

졸업 후 받고 있는 연봉이 4000만~5000만원이라는 응답이 35.3%로 가장 많았고 5000만~6000만원이 27.5%로 뒤를 이었다.

3000만~4000만원이라는 답은 23.5%였다.

기업에서 학비를 대는 위탁교육 형태로 MBA과정에 들어온 학생들은 연봉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런 학생이 많은 성균관대 MBA 과정의 올 여름 졸업예정자 중 직장과 연봉이 정해진 16명을 조사한 결과 연봉 인상률은 9~15% 수준이었다.

이전 직장에서의 연봉이 4000만원이라면 졸업 후 400만~500만원의 돈을 더 받게 된다는 얘기다.

○비금전적 혜택 다양

KAIST 졸업생인 박씨처럼 MBA 스쿨을 졸업하면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승진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박씨는 "MBA가 당장 연봉을 올린다기 보다는 업종을 전환하거나 회사를 바꾸는 데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2006년 졸업동기들 중 마이크로소프트 르노삼성 씨티뱅크 등 외국계 업체로 이직한 사람이 33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취업 포털 커리어를 운영하는 김기태 커리어다음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형평성을 어느 정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MBA 학위 소지자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며 "MBA 프리미엄은 오히려 엇비슷한 실력의 직원들이 승진을 앞두고 있을 때나 이직을 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경제성은 국내 MBA가 앞서

지금까지 MBA 스쿨의 주류는 미국 등 해외 대학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물론 해외 MBA 소지자들이 기업에서 더 높은 대우를 받지만 소요 비용이 커 경제성 측면에서 국내 MBA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MBA 취득 회원 각각 30명을 대상으로 이달 초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MBA 소지자들이 학위를 따는 데 들인 비용은 평균 2700만원이며 1000만원가량 연봉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해외 MBA 스쿨을 졸업한 사람들은 1억2000만원 정도를 투자했으며 연봉 상승폭은 평균 1500만원이었다.

해외 MBA 취득자의 연봉이 낮은 이유는 기업이 높은 연봉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헤드헌팅업체인 커리어케어가 기업 인사담당자 2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BA 채용목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20∼50위권 MBA 소지자를 뽑고 싶다는 대답이 28%로 가장 많았다.

송형석·문혜정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