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이 한국과 미국이 협상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의 문제점을 알리기위해 시작한 계기수업이 첫날부터 교육당국과 심각한 마찰을 빚었다.

전교조 한미FTA 계기수업 첫날부터 마찰

전교조 대학노조 등 27개 교육단체들이 참여하는 '한미FTA 저지 교육공동대책위'(교육공대위)는 서울 구로고와 천안 한마음고에서 9일 오전 계기수업을 실시했다.

이들은 오는 31일까지 전국에서 이 같은 수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이번 계기수업이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특정 이익집단의 내용을 편향되게 싣고 있다는 이유로 뒤늦게 불허방침을 내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상문고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수업은 무산됐다.

◆"FTA 반대할래요"

영화배우 최민식씨는 이날 구로고에서 강사로 나서 "FTA 본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은 스크린쿼터 축소,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은 천사나 자선국가가 아니라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인데 우리 정부가 왜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알아서 갖다 바치는지 모르겠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최씨는 "학생 여러분이 무관심하지 말고 FTA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미국의 의도대로 FTA가 체결되면 그 피해는 여러분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최씨의 강의를 들은 김민주양(17·3년)은 "얼마 전 수업시간에 FTA와 관련해 찬성 입장에서 발표를 했었다"며 "그러나 오늘 문화주권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를 듣고 나니 앞으로는 반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수군(18·3년)도 "FTA나 스크린쿼터 등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인 것을 알게 됐다"며 "정부가 성급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편향된 의식 심어준다"

교육당국은 영화배우까지 등장시켜 감수성이 예민한 고교생을 상대로 강행된 반(反)FTA 수업중 상문고의 사례는 '불법'이라고 밝혔다.

교육교재가 중립성을 잃은데다 학교장 승인 등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계기수업이 농업 영화 의료 교육 등 한·미FTA를 반대하는 특정 이익집단의 목소리만 들려주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김영윤 교육부 초중등교육정책과장은 "전교조가 인터넷 등에 공개한 공동수업 교재를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FTA 반대입장만을 짜깁기한 것이어서 중고교 교재로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학생들에게 편향된 의식을 심어줄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과장은 "영화배우 등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많고 관심도 높일 수 있는 외부강사가 수업을 맡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며 "오는 6월께 내부협의를 거쳐 정부에서 대국민 홍보자료와 교육용 자료를 만들어 일선 학교에서 활용토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기수업 계속하겠다"

당초 이날 오후 상문고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계기수업의 강사는 박거용 상명대 교수(영어교육학과·한미FTA저지교수학술단체공대위 위원장)였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상문고의 경우 제대로 학교장에게 수업 내용 등이 보고되지 못해 직접 수업불가 방침을 내렸다"며 "향후 불법적인 수업이 지속될 경우 적법한 절차에서 징계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기암 상문고 교감은 "오전에 뉴스를 접하고야 우리 학교에서 계기수업이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계기수업의 정당성과 객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안지현 전교조 교육선전실장은 "구두로 학교측과 협의가 됐는데 이제 와서 수업을 막는 것은 교사의 수업재량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정부가 특정 계기수업은 못하게 해 정부의 가치와 입장만을 주입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안 실장은 "6월 본협상이 시작된 이후라도 일선 학교의 신청이 있을 경우 강사를 파견해 반(反)FTA 수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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