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지역 임대주택 건설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현지 주민간 갈등은 한마디로 ‘공익 우선’과 ‘사유재산 보호’라는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서울시는 서민용 임대주택을 더 빨리 많이 짓기 위해서는 사유재산을 일부 침해하더라도 토지 강제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주민들은 30여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였던 특수성이 있는 만큼 이제는 독자개발을 허용하거나 아파트 입주권을 저가에 공급하는 등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 공영개발을 통한 임대주택 건설이라는 서민대책이 오히려 다른 서민을 울린다는 이율배반적인 문제도 뒤따르는 것이 현실이어서 앞으로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 "재정착률 10%도 안될 것" 반발

주민들은 그린벨트 해제지역 공영개발은 현실적으로 토지 보상 가격이 낮아 아파트 입주권을 받더라도 분양대금 조달이 어려워 재정착할 수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강일지구의 경우 전체 936가구(그린벨트 해제시점 기준) 가운데 약 25%를 차지하는 6평짜리 가옥 보상비는 5000만원이 채 안된다.

강일지구 한 주민은 "30평형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보상금 외에 최소 2억원 이상을 더 마련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곳 주민들 가운데 재입주할 수 있는 사람은 5%도 안될 것"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다른 지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교적 보상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은평뉴타운도 기존 주민이 재정착할 수 있는 비율이 10%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권 가격을 더 낮춰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시개발법에 따른 공영개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장이 지구를 지정,사업을 시행할 수 있어 주민들의 의사가 무시되기 쉽다.

또 개발계획만 수립하면 바로 수용절차에 들어갈 수 있어 시간이 덜 걸리는 대신 택지지구 등에 비해 보상가가 낮게 책정돼 보상 시비에 휘말리기 쉽다는 지적이다.

◆ 주민 "편법" 서울시는 "적법"

주민들은 또 서울시와 사업시행자인 SH공사가 사업을 편법으로 추진했다고 성토하고 있다.

강일지구 주민 정경철씨는 "서울시가 법에도 없는 개발계획 '승인' 절차로 사업을 강행했다"고 주장한다.

관련규정에는 개발계획 '수립'-시행자 지정-인가 순으로 절차를 밟게 돼있는데 서울시가 보상가를 낮추기 위해 땅값 감정기준이 되는 사업 인정일을 앞당기려고 수립 단계에서 편법적으로 '승인'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승인'은 규정에 있는 '수립'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시는 관련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 환지보상 등 대안 필요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 지역 공영개발 때 주민들에게 적정한 보상이 돌아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택도시연구원 박헌주 원장은 "강제수용방식의 도시개발사업보다 땅 또는 아파트 등으로 보상하는 입체환지 방식을 고려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권 가격을 낮춰주는 방안도 현행법 테두리에서 가능한 만큼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건설교통부 토지정책팀 관계자는 "공익사업에서는 사업시행자 의지만 있으면 현행 보상법으로도 입주권 가격을 일반 분양가격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이 방안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광역 재개발 방식인 '도시재정비촉진 특별법'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국도시개발연구포럼 전연규 대표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을 재정비 촉진지구에 포함시켜 용적률을 높이면 임대주택도 일정부분 확보할 수 있고 주민 정착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