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산을 둘러싼 다툼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법원의 새 판결이 나왔다.

골자는 “기존 교회에서 분리돼 나와 새로 교회를 설립한 교인들의 수가 기존 교회 전체 인원의 3분의 2를 넘으면 기존 교회에 대한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의 재산도 다툼이 있을 경우 일반 사법원리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판결이다.

교회의 분열과 재산귀속에 관한 법원의 입장이 바뀐 것은 1948년 정부 수립이후 처음이다.

◆ 3분의 2 찬성하면 재산권 주장

서울 신정동 S교회 담임목사 정 모씨는 소속 교단과 갈등을 빚자 지지 교인들을 모아 소속 교단을 탈퇴한 뒤 새 교회를 세웠다.

하지만 교회 이름은 종전과 동일한 것을 사용했다.

또 기존 교회의 건물과 대지 등의 소유권도 본인 명의로 이전등기해 버렸다.

이에 기존 교회가 새 교회를 상대로 소유권 말소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기각됐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1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회는 '법인 아닌 사단'(구성원과 재산을 갖고 사회경제적 주체로 활동하지만 법인등기는 하지 않은 단체)이므로 민법의 일반 이론에 따라 재산귀속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일부 교인이 교회를 탈퇴하거나 새 교회를 세운 경우 그들은 기존 교회의 재산에 관여할 권리를 잃는 게 원칙"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개별 교회가 교단 변경을 결의하거나 교회재산권을 주장하려면 사단법인의 정관변경 기준인 전체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법원은 다툼이 있는 교회재산은 '분열 당시 교인들의 총유(總有)'라고 판시했다.

총유는 개별 구성원들의 사용 및 수익은 허용하되 처분권을 인정하지 않는 공동소유를 말한다.

가령 교인이 100명인 교회에서 5명이 다른 교단으로 갈 경우 나머지 95명은 5명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교회 재산을 처분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어느 쪽에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모두 패소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법원은 또한 '법인 아닌 사단'의 분열은 허용치 않으면서 유독 교회는 2개로 쪼개지는 것을 허용해왔다.

해방 이후 기독교 교단들의 분열이 잦았다는 시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 교회 다툼 왜 생기나

교회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끝내 서로 다른 길을 걷기로 하고 재산권 다툼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은 신정동 S교회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서울 K교회가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간 갈등이 불거져 양측이 대립한 끝에 분립이 예고된 상태다.

서울 강남의 또 다른 K교회에서는 담임목사 세습문제와 성문제 등이 겹쳐 신도들과의 불화 끝에 한 건물에서 따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부산 O교회는 담임목사가 여자문제로 교단에서 면직되자 담임목사 지지파와 반대파가 갈려 다툰 끝에 반대파 신자들이 새로운 교회를 설립했다. 또 김제의 J교회에서는 지난해 10월 재산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교역자 1명이 사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교회의 갈등과 분열이 잦은 것은 담임목사의 비리나 성문제 등 도덕성 시비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에서 교회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의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대체로 다툼이 있는 교회에서 비리 목사가 다수파를 장악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는 교회에서 축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교회재산을 총유라는 개념으로 판단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회개혁연대의 박종운 변호사는 "총유 개념으로는 분규가 있는 교회에서 양측의 완전한 합의나 교인 절대 다수의 찬성이 아니면 교회를 분립할 수 없다"면서 "화해가 불가능한 당사자들에게 화해를 강권하기보다 공유 개념을 도입해 지분별로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서화동·김병일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