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태극마크를 단 여고생 축구선수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내달 8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제3회 아시아여자청소년(U-20)축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청소년대표에 뽑힌 공격수 박지영(18.울산 현대정보과학고). 박지영은 한국의 2회 연속 우승을 위해 파주NFC(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백종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동료 19명과 함께 훈련을 거듭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키가 155㎝로 공격수로서는 매우 작은 체격. 팀 전체 선수 가운데 가장 작으며 같은 공격수 박은선(서울시청)의 경우 177㎝로 박지영보다 20㎝이상 크다. 이처럼 키가 작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골반이 뒤틀려 오른쪽 다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지영은 왼쪽 다리가 오른쪽보다 2㎝가량 길며 이 때문에 더 이상 키가 크지 않았다. 박지영이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다. 경남 김해가 집인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운동장에서 남자 아이들과 어울려 매일 공을 찼고 이를 지켜보던 축구부 감독이 여자 축구부가 있는 울산 청운중학교를 소개했다. 그러나 그저 축구가 좋아 열심히 운동을 하던 박지영은 중학교 2학년 때 자신의 몸이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훈련을 마친 어느날 다리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갔더니 `우측 고관절 내회전'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병명을 듣게 됐다. 이는 오른쪽 다리뼈가 골반에서 빠져나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 증상. 의사는 `운동 절대 불가' 진단을 내렸고 부모님도 축구를 그만두라고 말렸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하루라도 공을 차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부모님을 설득해 축구를 계속하게 됐고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훈련도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다. 경기나 훈련 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고통은 찜질이나 마사지로 삭였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빛을 본 것은 고교 2년 때인 2005년. 박지영은 경남 남해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청소년(U-17)축구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 전격 발탁됐고 자신에게 처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와 첫 경기(15-0 승)에서 2골을 몰아 넣은 박지영은 인도와 두번째 경기(7-0 승)에서도 2골을 폭발시켰으며 태국과 8강전(3-2 승)에서는 한 골을 뿜어내면서 팀내 최다골인 5골을 기록, 자신의 진가를 알렸다. 체격 조건은 달리지만 볼을 다루는 재주와 골 결정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것. 김삼수 현대정보과학고 감독은 "작은 키에 헤딩슛까지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만큼 골 센스가 대단하다. 개인 기량 하나만 보고 평가를 한다면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박지영의 꿈은 해외진출이다. 가장 좋아한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이영표(29.토튼햄)처럼 한국보다 축구 선진국에서 자기 기량을 펼치고 싶다. 이 때문에 이번 청소년대표팀에 합류한 국내 여자축구 해외진출 1호 이진화(20.일본 고베 아이낙)에게 비법(?)을 전수받고 있으며 틈나는 대로 영어와 일어도 공부하고 있다. 박지영은 "다리가 아파서 해외진출이 희망사항일 수도 있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서도 열심히 뛰어 한국의 대회 2연패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