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비정한 남편이 경찰에 붙잡혔다. 새벽에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방에서 잠자던 아내와 성관계를 가지려다 완강히 거부하며 소리를 지르자 격분해 양 손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다. 술에 취해 아내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가 아내가 아이들이 깬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하자 폭행한 남편이 불구속 입건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뉴스를 탄다. 2004년 8월엔 아내에게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한 남편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니까 이런 일들이 중년의 부부들 사이에 비일비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문화가 몸에 배어 있는 중년 남성들은 자조적인 목소리로 세상 살 맛이 안 난다고 한다. '내 마누라 내 맘대로도 못하면 무슨 재미로 사냐고요.' 세상이 달라지다 보니 인권 침해니 뭐니 여권이 어쩌구 하면서 남자들이 누리던 많은 것들을 놓치고 빼앗기고 법으로 옥죄어 행동 반경이 좁아지고 있다. 여성들이 목소리를 너무 한꺼번에 높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아내는 남편이 원하면 항상 오케이해야 하나? 아내도 감정의 동물이다. 즐거울 때가 있고,내키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땅의 많은 중년 남성들은 여성의 기분을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아내는 '코인만 넣으면 작동하는 오락기'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아니 술 냄새 풀풀 풍기면서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덤벼드는데 그거 좋다고 할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제대로 구실도 못하면서 겁탈하듯 한 후엔 푹 고꾸라져 코를 골고 자는 남편을 보면 웬수가 따로 없죠."


한 조사에 의하면 기혼 여성의 36%가 남편에게 강간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고,기혼 남성들의 42.4%가 아내를 강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한국여성의전화연합에 따르면 남편이 아내를 구타할 때 11%가 강제적 성행위를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구타 후 남성의 13%가 성관계를 강요한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 아내를 때린 뒤 성관계를 가지면 다 풀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적(?)과의 동침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착각하나?


세상은 참 고르지 못하다. 남편과의 잠자리를 자주 못해 안달이 나 밖으로 뛰쳐나가는 주부가 있는가 하면,이런 저런 핑계로 가급적 남편과의 잠자리를 피하기만 하는 아내들도 적지 않다. 한 조사에서 기혼 여성의 47%가 "남편에게 강간당하는 아내들이 부럽다"며 이를 불평하는 주부들은 "행복에 겨워 푸념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요컨대 밤이 외로운 여자들이 널려 있는데 '자주 요구해서 지겹다'는 식으로 은근히 남을 약 올리지 말라는 얘기다.


필자가 보기에 실제로는 남편과의 강압적인 섹스로 피해를 당하는 아내보다는 남편과의 적극적인 섹스를 원하는 아내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부부가 속궁합이 잘 맞는 것은 큰 복이다. 궁합이 빗껴 가면서 치고 박고 죽이는 관계로 전락하는 부부들을 수없이 본다.


남녀 속궁합은 체질적으로나 성격적으로 타고난 운명적 요인에 의해 상당 부분 좌우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운명과 체질 차이로 돌리고 체념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허다한 어려움을 '대화'로 해결하는 특권을 신으로부터 선물받았다. 적(?)으로부터 동침을 강요당한 후 화가 치받쳐 법원으로 달려가면 법원에서도 재판하기 전에 먼저 대화를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모든 트러블을 해결하는 첫 단추는 '대화'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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