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14일 이스라엘군의 예리코 교도소 공격에 반발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잇따라 외국인을 납치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은 팔레스타인 무장요원들이 이날 가자와 서안지구에서 한국인 1명을 포함해 최소 외국인 7명을 납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주재 한국대사관측은 납치된 한국인은 KBS의 용태영(41) 두바이주재 특파원이라고 확인했다. 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괴한들은 이스라엘 군의 예리코 교도소 공격이 있는 후인 오후 1시께 디라호텔에 들이닥쳤다. 현장에는 용 기자와 동행한 KBS 카메라 기자 신모씨도 함께 있었지만 무장괴한들은 용 기자와 프랑스인 2명 등 다른 외국인들만 끌고가 신씨는 다행히 납치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 기자는 자치정부를 주도하게 된 하마스를 취재하기 위해 이날 오전 주재지인 두바이를 떠나 가자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용 기자 등이 납치되는 과정에서 디라호텔 주변에서 무장세력과 팔레스타인 보안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무장요원 1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또 가자에서는 스위스인 국제적십자사 요원 1명과 호주인 2명이 납치됐고, 요르단강 서안 예닌에서도 미국인 대학교수 1명이 납치됐다. 그러나 호주인과 미국인은 곧바로 풀려났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인을 납치한 무장세력은 이스라엘이 예리코 교도소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지도자인 아흐메드 사다트를 살해할 경우 인질을 죽이고 미국과 영국의 영사관을 전면 공격하겠다고 위협했었다. 이날 납치행각을 벌인 세력은 PFLP와 알-아크사 순교자 여단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스라엘 군이 2001년 레하밤 지비 당시 이스라엘 관광장관을 암살한 혐의로 예리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다트를 포함한 PFLP 인사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교도소를 공격한 직후 외국인 납치에 나섰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미국과 영국이 관리하는 예리코 교도소를 공격해 팔레스타인 경비원 1명과 재소자 1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 군은 PFLP 지도자인 사다트 등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예리코 감옥을 포위한 채 투항을 종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 7일 한 집회에서 지비 장관을 살해한 혐의로 이 감옥에 수감된 사다트를 석방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빌미삼아 이날 공격을 개시했다. 이스라엘 군은 탱크와 중장비를 동원해 교도소 담을 부수고 교도소 경내로 들어 가 감방 건물을 에워싼 뒤 확성기로 일단 모든 재소자의 투항을 요구했다. 현지 언론은 재소자 200여명 가운데 150여명이 투항했으나 지비 장관 살해죄로 복역 중인 사다트와 그의 측근 5명을 포함한 나머지 재소자들은 투항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도소에 파견된 미ㆍ영 관리요원들은 이스라엘 군이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자리를 피해줬다고 팔레스타인 관리들은 말했다. 사다트는 알-자지라 방송과 가진 휴대폰 통화에서 "우리는 결코 투항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죽든 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군 작전은 지비 장관 살해범들을 이스라엘 감옥으로 이감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의 신병을 확보할 때까지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마스 지도자로 자치정부 총리에 내정된 이스마일 하니야는 즉각 이 스라엘 측의 무모한 작전을 비판하면서 사다트와 그의 동료들의 목숨을 노리는 시도 를 중단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압바스 수반도 이스라엘의 교소도 공격 행위와 이를 묵인한 미국과 영국의 감시요원들을 규탄했다. 시리아에 망명중인 하마스 지도자인 칼리드 마샤알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예리코 교도소에 집결해 재소자들을 보호하라고 촉구했고, 서안지역과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 군의 교도소 습격에 항의하고 이를 묵인한 미국과 영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펼쳐졌다. 특히 PFLP 지지자들은 가자지구의 영국문화원에 몰려가 불을 지르기도 했다. PFLP의 한 관리는 이스라엘이 사다트를 살해할 경우 강경한 대응을 다짐했다. 이스라엘 군은 교도소 주변에서 통행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교정당국은 이스라 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의 폭동을 우려해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