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의 빚에 운영하던 가게 월세도 못 내면서 신용카드를 이용해 2500여만원을 갚지 못한 안모씨. 자신의 신용 한도 내에서 카드를 사용했지만 결과적으로 1600여만원 상당을 결제하지 못한 박모씨. 사채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받아 2000여만원의 빚을 진 이모씨. 이 세 사람에 대해 대법원이 29일 모두 원심을 뒤집고 형사상 사기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나중에 카드 대금을 갚을 능력이 안 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도 카드를 사용한 것은 신용카드 회사를 속이려 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강신욱 대법관)는 이날 사기 혐의로 기소된 안모씨(35)에 대해 일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대전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 재판부는 또 자신에게 허용된 신용한도 범위 내에서 카드를 사용한 뒤 1600여만원을 연체한 행위는 '사람을 속였다는 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라고 판결한 박모씨(42) 사건에 대해서도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이강국 대법관)도 경제적 능력이 없는데 신용카드 대출과 현금서비스 등을 받아 2000여만원을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42)에 대해 유죄 취지로 광주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용카드 사용은 카드회원이 카드사에 대금을 성실히 갚을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카드 회원이 빚이 누적돼 카드 결제액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속이는 행위에 해당해 사기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항소심 재판부들은 "채무초과 상태의 사람이라도 카드를 적법하게 발급받았다면 사용한도 내에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