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배형진(22) 군의 '백만불짜리 다리'가 평양 거리를 밟았다. 배군은 24일 열린 오마이뉴스 평양-남포 통일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남북의 마라톤 애호가 약 200명과 함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배군은 이번 마라톤대회 기간에 남북 마라토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마스코트 같은 존재가 됐다. 대회 전후 마라토너들과 기념 촬영 요청을 받으며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번 대회가 전문 마라토너들이 참가하는 경기가 아니라 남북한이 함께 평양 거리를 달린다는 의미가 컸기에 배군과 그의 어머니 박미경 씨에게도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어머니 박씨는 "이곳에 오기 전 형진이에게 '아들을 잘 둬서 엄마가 평양에도 간다'며 고맙다고 말했다"면서 "이런 의미 있는 자리에 형진이와 함께 참가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에 참가하려 왔는데 뜻밖의 환대와 관심에 놀랐다"며 "형진이도 조금 설레고 긴장도 하는 눈치인데 이런 대회에서 형진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록 형진이는 남북 분단의 아픔을 잘 모르고 있을지라도 처음 밟아보는 북한 땅에서 통일에 대한 염원만은 함께 느끼는 듯했다. 배군의 어머니 박미경 씨는 "평양에 오기 전 평양이 쉽게 올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은 설명해줬다"면서 "형진이도 표현은 안 하지만 오늘 표정을 보니 뭔가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형진이에게 이번 대회는 기록이 중요하지 않았다. 어머니 박씨도 최근 운동을 규칙적으로 못하고 몸 리듬감이 떨어진 형진이에게 무리하지 말고 기분대로 뛰라고 주문했다. 형진이는 평양 거리를 달리기를 즐겼다. 1시간55분의 기록으로 골인한 배군은 골인 직후 "하나도 안 힘들어요"라며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씨는 "예전 같으면 선두 그룹에서 뛸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자기가 뛰고 싶은 대로 뛰라고 했다"면서 "의미가 있는 대회니만큼 순위보다는 참가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마라톤을 통해 남과 북이 하나둘씩 만나면서 변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정치를 통한 윗사람들의 힘보다는 이렇게 일반인의 교류를 통해 변화가 조금씩 이뤄지는 곳에 형진이가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배군은 2년 전부터 악기부품 조립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부속품을 만드는 단순 노동이지만 형진이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박씨는 "운동을 좋아하는 형진이가 좁은 공간에 앉아 단순 노동을 하는 것은 고통이기도 하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운동을 한 것도 직장생활을 통해 자립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힘들어도 계속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회사측의 양해로 이번과 같은 행사에는 참여하고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박씨는 "형진이가 사랑을 받아서 개인적으로 기쁘기도 하지만 장애인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