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서울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도심 속 `오아시스' 청계천이 11월 1일로 개통 한 달을 맞는다. 처음 3일간 173만명, 28일까지 580만명이 다녀간 청계천은 도심의 휴식공간으로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청계천은 시민 생활과 주변 지역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도심 속 휴식공간 28일 오후 3시. 평일 낮인데도 청계천은 인파로 붐벼 식지 않는 `청계천 열기'를 보여줬다. 청계천 곳곳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가족, 회사 유니폼이나 정장 차림의 직장인, 데이트 나온 연인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청계천 인근에 직장이 있다는 정영은(31)씨는 "근무시간에 잠깐 시간을 내 동료와 함께 바람을 쐬러 나왔다"며 "가깝고 돈도 안 들어 답답할 때 머리 식히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강혜리(22.여)씨도 "물도 깨끗하고 사진 찍을 곳도 많아 데이트 코스로 제격"이라며 "사람이 많은 것도 재미있지만 사람이 없을 때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청계천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생태학습장이나 소풍 장소로도 인기다.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까지 단체로 견학나온 `교복 부대'가 줄지어 가는 진풍경이 심심찮게 연출되곤 한다. 특별활동 시간에 한 학년 전체가 자연체험학습을 나왔다는 김호정(18.개성여고 2년)양은 "도심에 이처럼 물이 흐른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관광명소 청계천은 서울시민 외에도 지방과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며 서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청계광장 주변에서는 관광버스가 사람들을 태우고 내리며 분주히 오가고 , 수십 명씩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 이제 낯익은 풍경이 됐다. 외국인 100여명을 인솔해 온 곽성철(44)씨는 "국제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아시아 11개 국의 대표들과 함께 왔다"며 "서울의 상징인 청계천을 우리 문화 체험의 장소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부인과 청계천 구경을 하던 미국인 조 베르나르도(38)씨는 "사업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친구의 권유로 들러 봤다"며 "도심 한 가운데 물이 흐르는 것이 놀랍고, 주변에 식물이 많아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 ◆주변 상권도 `활기' 청계천으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면서 주변 상가들도 `청계천 특수'로 활기를 띠고 있다. 청계천변 관철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전규준(36) 점장은 "개통 전보다 매출이 30% 정도 늘어났다"며 "노인, 단체 손님이 늘었고 점심, 저녁시간 이후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마전교 앞 광장시장 `먹자골목'의 상인 장경희(60.여)씨도 "청계천에 나왔다 들르는 손님이 많아 이달 들어 매상이 2배로 늘었다"며 "다른 상인들도 전보다 장사가 나아졌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동대문 패션타운 등의 상가들도 청계천 덕을 톡톡이 보고 있다. 의류상가가 밀집한 동대문운동장 인근 D패션상가 내 20여개 직영매장의 경우 10월 매출이 청계천 개통 전인 9월에 비해 평균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상가에서 일한다는 한은혜(29.여)씨는 "청계천 개통 이후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주말의 경우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많아졌고, 1층 테이크아웃 커피점의 경우 수입이 2배로 뛰었다"고 전했다. ◆되살아나는 도심환경 청계천 복원으로 도심 생태환경도 살아나고 있다. 기상청 산하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청계천 통수(通水), 자동차 운행 감소, 바람길 형성 등의 영향으로 청계천 주변 기온이 복원 전보다 평균 1.3℃ 낮아졌다. 시정개발연구원의 김운수 연구부장은 "청계천은 도로, 건물 등의 복사열로 도심 기온이 교외보다 높아지는 `열섬현상'을 완화시키고 오염물질을 줄여, 도심 생태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6가 평화시장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손대원(53)씨는 "예전에는 먼지가 많아 하루에도 수십번씩 손을 씻어야 했지만 청계천 복원 이후에는 그럴 일이 없다"며 "공기가 맑아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