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중공군에 생포돼 2년 반동안이나 전쟁포로로 억류돼 있던 미국 참전용사가 55년만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받게 됐다. 은퇴한 참전용사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받게 된 티보르 루빈 씨는 그간 네번이나 후보에 지명됐지만 헝가리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관련 단체가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바람에 서류조차 제출되지 못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마침내 올해 76세의 루빈 씨에게 그간의 공로를 인정해 명예훈장을 수여키로 했으며, 오는 23일 공식 훈장 전달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에 수상을 하기까지 엄청난 좌절과 시련을 겪어온 루빈씨는 그의 인생 역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간단치 않았다. 그는 헝가리에서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고 2차대전이 발발하자 곧바로 참전했으나 전쟁 포로가 됐다. 오스트리아의 한 포로수용소에 억류돼 있던 중 미군의 도움으로 풀려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미군 입대를 결심하게 된다. 그는 2차대전이 끝난 뒤 뉴욕으로 이민을 온 뒤 미군에 입대함으로써 결국 자신을 향한 이 약속을 지켰다. 그러다가 루빈은 한국전이 발발하자 1951년 미 보병으로 참전했고, 전투에 나섰다가 전우들과 함께 중공군에 생포됐다. '죽음의 계곡'으로 알려진 중공군 포로수용소에 있을때 그는 나중에 대부분 동사한 미군들을 위해 유대어로 기도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폐렴과 이질로 고통받는 전우를 보살펴 주는 등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중공군측으로부터 조국인 헝가리로 귀환하면 포로 생활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거듭된 제의를 받았음에도 불구, "나는 미군이고, 미군 전우들이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들을 버리고 갈 수 없다"고 완강히 거절했다. 현재 가든 그로브에 살고 있는 루빈 씨는 "이처럼 명예로운 상을 받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있었던 것 같다"면서 "수상의 기쁨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