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영어 제시문,수학공식 등을 논술시험에 응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논술 가이드 라인을 발표하면서 시험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대학과 당장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 모두 분통을 터뜨렸다. 대학들은 "가이드 라인이 너무 두루뭉술해 학생들의 실력 차를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내기 어렵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험을 눈앞에 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은 더욱 컸다. 수시2학기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은 "시험 한 달 만에 제도를 뒤집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우리가 실험용 모르모트냐"라며 분개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학생 등 대입까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학생들은 환영의 뜻을 표시해 대조를 이뤘다. ○대학,"차리리 논술을 보지 말라고 해라"=한양대 최재훈 입학처장은 "교과과정에 대한 지식을 묻지도 못하게 하면서 그 범위도 벗어나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차라리 논술고사를 금지하는 게 낫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교육부 가이드 라인대로 문제를 낸다면 프랑스 대입철학 논술인 바칼로레아식으로 내라는 말밖에 안 되는데 이 같은 유형의 문제를 낼 경우 학생들이 더욱 어려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9월25일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던 동국대의 이상일 교무처장은 "수험생들은 학교에서 발표한 예시문항을 보고 공부를 해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상황이 변한 만큼 문제 유형을 완전히 바꿀 수밖에 없다"며 "본의 아니게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됐는데 (학생들이)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국대 수시모집은 수리논술 없이 언어논술로만 치르겠다"고 설명했다. ○고3,"어떻게 공부할지 막막"=당장 1~2개월 후 시험을 치러야 하는 고3 학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원외국어고 3학년 박모군(19)은 "제도를 바꾸려면 내년부터 바꾸어야지 시험을 한 달 남겨 두고 바꾸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논술문제의 경향 파악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현대고 3학년 이모양(19) 역시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학이 어떤 문제를 낼지 몰라 집중적으로 한 분야를 공부하기 힘들다"며 "공부하는 시간보다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분석하는 시간이 더 길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과 고등학교 2학년 이하 학생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혜화여고의 정용호 교사는 "지금까지의 본고사형 논술고사보다 지도가 용이해졌다"며 "당장 시험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에게까지 가이드라인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이 같은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성보고의 양진승 교사 역시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나 강남지역 명문고들은 교육부의 이번 지침에 불만이 많겠지만 상당수 고등학교는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교육비 절감효과는 얼마나 될까=논술 가이드라인의 발표로 다양한 전공의 석·박사로 팀을 이뤄 '통합형 논술'을 지도했던 논술학원과 논술식 영어를 별도로 가르치던 학원 등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논술,수리논술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찾았던 학생의 상당수가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워 쓰는 논술을 강의하는 변칙 과외가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유웨이중앙교육의 강신창 논술팀장은 "대학들이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라인에 맞춰 문제를 내면 논술시험이 단순한 글짓기 평가로 바뀔 공산이 큰데 이 경우 몇 가지 유형의 작문만을 족집게 식으로 외워 쓰도록 강의하는 과외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