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바뀐 제일은행의 로버트 코헨 행장(58)이 15일 이임식을 갖고 3년7개월간의 한국 생활을 접는다.


퇴임을 하루 앞두고 만난 코헨 행장은 그동안의 경영 성과에 대해 "집을 팔 때 도배만 해서 팔 수도 있겠지만 원래는 장판을 뜯고 수도관까지 개보수한 다음 깨끗하게 도배를 해 내놔야 한다"며 "취임 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질적인 측면에서는 우량 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은행에 대해 "시중 은행들이 그동안 많이 강해졌고 지점망과 고객과의 유대관계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씨티 등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경쟁은 오히려 한국 은행산업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계 투명성과 충당금 적립 내용,시장 친화적 경영 등에서는 조금 더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외국계 은행이 수익성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과 관련,"일부 시중 은행들이 기업금융을 축소한 것과 달리 제일은행은 40%까지 비중을 높였다"며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은 이것을 50%까지 높여갈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코헨 행장은 퇴임 후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없다. 그는 "이달 말 아들의 결혼이 예정돼 있어 일단 뉴욕으로 돌아간다"면서 "미국에서 여유를 가지며 다음 계획을 세워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음식 가운데 갈비 비빔밥 굴전 등을 좋아하게 됐다는 그는 "아내가 잡채 등의 요리법을 배웠기 때문에 뉴욕에서도 한국 음식을 즐기며 한국 생활을 추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