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 산하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오는 25일로 개소 50주년을 맞이한다. 국과수는 지난 55년 3월25일 대통령령에 의해 내무부 치안국 산하에 설치돼, 수사지도과가 맡게 된 지문감식사무를 제외한 법의학 및 이화학 감식사무를 관장하면서 본격 출발했다. 출범 당시 직원은 35명에 불과했으나 50년만에 8배에 가까운 263명으로 늘어났고 박사 54명을 포함해 석.박사급 전문인력도 154명이나 되는 전문연구기관으로 발돋움했다. 감정능력도 출범 초기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다량으로 존재하는 물질만 확인하거나 혈흔도 혈액형 감정을 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칫솔이나 콘택트 렌즈에 묻어있는 세포나 속 옷에 남은 미량의 정액으로도 유전자(DNA) 감식을 통해 신원확인이 가능한 수준으로 괄목상대한 발전을 했다. 이와 함께 국과수의 주요 감정 영역도 종전에는 살인, 강간 등 강력사건 위주에서 범죄유형의 변화에 따라 보험을 노린 화재사고, 뺑소니,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환경오염물질 확인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DNA 감식과 마약 분야의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규격 인증을 취득한데 이어 지난 50년간 풀지 못한 난제중 하나인 볼펜으로 쓴 문서의 연도 감정에성공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ISO 규격인증은 감정 능력뿐만 아니라 증거물 인수와 인계과정에서 증거물 변질등의 우려가 없이 모든 과정이 의구심없이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공인했다는 의미다. 법의학분야의 ISO 인증은 증거물 인계과정 논란으로 무죄평결을 이끌어낸 OJ심슨 사건이후 시작됐다. DNA 감식은 지난 92년 의정부 경찰서가 의뢰한 미성년자 성폭행사건에 처음으로시작해 그해 500여건을 처리했고 작년에는 무려 3만5천여건의 감식을 했다. DNA감식은 현재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미연방수사국(DNA)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게 국과수의 자체 평가이며 실제로 DNA 감식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괌 KAL기 추락사고, 대구지하철화재사건 등 대형 참사사고에서 신원확인을 해주는데 큰 기여를 했다. 볼펜으로 쓴 글씨의 연도 감정성공은 필적감정에 머물러 있던 문서위조 감정 수준을 재산상의 각서 위조나 의료사고를 모면하기 위한 진료차트 조작까지 잡아낼 수있는 단계로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국과수는 지난 92년 돈을 받고 문서를 허위감정해준 혐의(뇌물수수)로전 문서분석실장 김모씨가 구속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 등 문서감정을 둘러싸고 의혹의 눈초리에 휩싸이기도 했던 불명예스런 기록도 갖고 있다. 국과수는 김 전 문서분석실장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고 김전 실장도 비록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과 관련 허위공문서작성과 위증 혐의로 고발되는 등 한 차례 더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박성우 국과수 소장은 23일 "앞으로 국가와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는 감정능력 배양에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면서 "국과수의 역할이 수사에 필요한 감식 기능에서 환경 등 점차 국민복지와 연관된 분야까지 확대됨에 따라 국과수를 서울 본소와 부산, 장성, 대전 등 4곳에서 지방경찰청 소재지까지 10여곳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과수는 개소 50주년을 맞아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한국과학수사의 성장이라는 주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창립 50주년 기념 국제과학수사 심포지엄과 사단법인 한국법과학회 제11회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맹주성 미FBI 한국지부장과 미네오 요시노 일본과학경찰연구소 제1법과학부장, 리유뜨낭트 엠나누엘 프랑스 국립 감찰연구소 연구원 등이 참석한다. 또 참가수사관들에게 50주년 기념 책자인 과학수사 50년사와 증거물채취요령 및CD를 함께 배부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