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폭력과 욕설이 난무한 난장판으로 끝난 데 대해 재계와 정부,그리고 노동계 내부에서 조차 모처럼 찾아온 경제회생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재계와 정부,노동계 3자는 경제주체로서 그동안 원외에서 비판세력으로 남아 있던 민주노총을 사회적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선진 노사정책 등을 진지하게 논의해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만들려 했으나 또다시 물거품이 된 것이다. 민주노총의 대화 거부는 노사 및 노.정관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불참으로 노사관계법·제도선진화방안(노사 로드맵) 등의 논의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또 민주노총 집행부가 강경파의 사회적 교섭 복귀 방해 전략을 막지 못하고 지도력 부재를 노출하면서 조직 내부의 갈등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정 모두 충격=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가 무산됨에 따라 올해 노사관계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특히 모처럼의 경제회생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계는 민주노총이 대화틀에 참여할 경우 대립보다는 이해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생산적 관계를 모색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강경파들이 폭력을 휘두르며 노사정위 참여를 무산시켜 경제 살리기를 위한 노사간 대화 모색은 물거품이 됐다. 정부 역시 그동안 노동계 대표로 참여해 온 한국노총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보고 민주노총이 함께 참여하기를 희망해 왔으나 폭력사태가 벌어지며 무산된 데 대해 상당히 아쉬워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의 한국노총에 민주노총까지 노사정위에 참여시켜 명실상부한 노·사·정 대화를 꾀했으나 민주노총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또다시 한국노총만을 노동계 대표로 참여시키는 '절름발이' 사회적 협의를 벌일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럴 경우 민주노총 내 강경세력들의 조직적 반발이 예상돼 노사 불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이와 관련,"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구조에 들어와 노사간 쟁점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원해 왔다"며 "그러나 민주노총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해 종전처럼 한국노총만으로 노사정위 대화틀을 구성할 뜻을 내비쳤다. 정부가 2003년 9월 내놓은 뒤 미뤄져 온 노사 로드맵을 비롯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비정규직 법안,일자리창출 문제 등에 대한 노·사·정 대화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민주노총의 이번 사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긍정적 변화 가능성도=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산업 현장의 노사관계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기아자동차 노조의 채용 비리에 이어 난투극까지 벌어져 민주노총의 운동 노선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식을 벗어난 폭력사태는 일반 조합원들의 지지도를 더욱 떨어뜨려 강경파 세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 내 조직 분열은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강경파의 입지를 옥죄면서 노사 안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지난해 LG칼텍스정유,서울지하철 노조의 불법 파업에 이어 올해 기아차 노조의 채용 비리와 민주노총의 난투극 사태는 결국 노동운동의 문제점을 스스로 노출시킴으로써 자정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현 집행부가 추진하던 노사정위 복귀가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는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비정규직법안 반대를 위한 2월 총파업 투쟁에서도 조직적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대의원들 전체의 뜻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일부 강경파 대의원들과 해고 근로자,대학생들이 일으킨 비정상적인 행위에 의해 빚어진 만큼 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달 중 임시 대의원대회를 다시 열어 사회적 교섭건을 재논의한다고 밝혀 앞으로의 처리 여부에 따라 집행부 거취가 결정될 전망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