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결혼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히말라야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좀처럼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흔쾌히하겠다고 했어요."(윤선아)

"KBS희망원정대에서 아내의 멘토(후원자) 자격으로 함께 히말라야에 가자고 했을 때 사실 히말라야에서 하는 결혼식 때문에 더 가고 싶었어요.내 힘으로 결혼식을 못해 준 것이 그 동안 맘에 많이 걸렸거든요. 이번에 히말라야에서 결혼식 올리고 양가 부모님 모시고 다시 한번 결혼식 해야죠."(변희철)

히말라야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커플이 몇이나 될까? 전문 산악인이 아닌평범한 일반인들이 히말라야에서 결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이런 쉽지 않은 기회를 잡은 이들이 있다.

KBS제3라디오 `윤선아의 노래선물'의 DJ 윤선아(26)씨와 동갑내기 남편 변희철씨다.

이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히말라야 체험'을 모토로 하는 `KBS희망원정대'(대장 엄홍길)의 일원으로 지난 24일부터 히말라야 체험 일정에 올랐다.

윤씨는 장애인으로, 남편 변씨는 윤씨의 멘토 자격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들은 오는 29일 히말라야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윤씨는 선천성 골형성 부전증을 앓고 있다.

선천성 골형성 부전증은 한마디로 말해 뼈가 쉽게 부러지는 병. 이 병 때문에 그는 성인인데도 키가 120㎝ 정도밖에되지 않는다. 얼굴은 성인이지만 몸은 작고 앙증맞다.

동글란 눈과 코를 가진 깜찍한 외모의 윤씨는 한 인터넷방송국의 CJ(사이버 자키)로 일하던 지난 2001년 DJ와 팬의 관계로 남편 변씨를 알게됐다.

"목소리에 한번 반했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미모에 또 한번 반했어요. 그래서 계속 만나자고 졸랐죠. 그런데 통 응답이 없는 거예요. 처음에는 장애인인지 몰랐어요."(변희철)

변씨는 윤씨에게서 장애인이라고 고백을 받고 사귀겠다는 마음보다는 측은한 생각이 먼저 들었단다.

이들이 얼굴을 처음 본 것은 2003년 말.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쌓아온 사랑이깊었던지 이들 커플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혼인신고만 한 채 함께 살기 시작했다.

"남편이 아버지에게 결혼승낙을 받으러왔는데 사귀는 것은 괜찮지만 나이가 너무 어리니 결혼은 아직 이르지 않겠느냐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이 사람과 떨어져있으면 마음이 멀어질 것 같아 무작정 짐을 싸서 희철씨가 있는 강원도 주문진으로 부치고 남편에게 갔죠."(윤선아)

이들이 함께 살면서 윤씨는 KBS주최 장애인 방송인 선발대회에서 대상으로 뽑히면서 KBS제3라디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고 남편 변씨도 서울에 직장을 얻었다.

변씨는 "선아와 같이 있으면 모든 것이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아내와함께 한 뒤 일이 잘 풀려 행복하다"고 웃었다.

부부 중 한쪽이 장애인일 경우, 이들의 결혼생활은 어떨까? 윤씨는 "정상인들은 흔히 장애를 가진 쪽이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함께 살다보면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경우가 더 많다"며 여느 부부와 전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윤씨는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변씨는 "히말라야에서 만든 좋은 추억을 되뇌며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다짐했다.

(카트만두=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