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계신 엄마, 이젠 걱정마세요. 제게도 가족이 생겼어요." 어머니 시신과 6개월을 외롭게 살아온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지난해 초겨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던 송 모군을 1년만에 만났다. 당시 중3이던 송군은 이제 고등학생이 돼 대학 진학 꿈을 키우고 있고 최근엔 교회에서 만난 큰 형뻘되는 전도사 부부와 아파트로 이사해 가족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초, 경기도 이천에서 어머니(당시 45세)와 단둘이 살던 송군은 당뇨병 합병증으로 숨진 어머니 시신을 6개월간 집에 두고 살아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었다. 송군의 이야기가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고 송군은 갑작스런 세인들의 관심에 한동안 혼돈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후 1년, 송군은 여느 또래 학생들처럼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는 일상속에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아침 7시에 등교길에 나서는 송군은 학교 수업과 방과 후 학원과외를 마치고 밤11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오는, 평범하고도 고달픈 대입 수험준비생으로 살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학업성적이 급상승, 학급(32명)에서 2등을 할 정도로 학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학교측은 전했다. 담임교사는 "장거리 버스 통학과 야간 학원과외 때문에 1학기 땐 지각을 자주했는데 지금은 제 시간에 등교하고 학업에도 열심"이라며 "마음도 안정돼 보여 일부러지나친 관심을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송군은 그동안 혼자 살던 청전동 원룸에서 송정동 25평형 전세 아파트로 이사했고 새 식구도 생겼다. 수양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는 예광교회 최성운(崔成雲.48) 목사가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함께 살자고 했을 때도 그냥 혼자 살겠다던 송군이었다. 그런 송군이 "서로 불편한 게 있으면 조금씩 줄여 나가며 함께 살아보자"는 같은 교회 학생부 전담 전도사 손지웅(孫智雄.29)씨 부부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였다. 송군과 손씨 부부, 손씨의 9개월된 딸 등 네 식구가 이사할 아파트를 마련했고 전세금에 송군의 후원금도 보탰다. 지난 27일 저녁 새 아파트에서 만난 송군은 새 집이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시간이 없고 게을러 라면으로 때울 때가 많았는데 이제 밥을 굶지 않아 좋다"며 싱긋이 웃었다. 지금까지 송군의 생활비와 후원금을 관리하고 있는 최 목사는 주말마다 송군을 불러 밥을 챙겨주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며 공동체 생활을 배우도록 배려했다. 최 목사는 "송군에게 건강한 가정생활을 보여주고 더불어 산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려고 지난 추석에 서울의 우리 가족에게 데려가 '셋째아들'이라고 소개했다. 한달에 한번 이모댁에도 들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한참 후에야 송군을 알게 돼 돌보고 있을 뿐, 처음부터 송군을 도와준 학교와 시청...이렇게 적응 잘하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게 해준 얼굴도 모르는많은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몇번이나 강조했다. 이날 송군의 집에는 송군에게 정신적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만남을 자제하던 익명의 한 여성 후원자가 자리를 함께 했다. 자매를 둔 이 후원자는 송군의 이야기가 알려진 지난해말 500만원을 기부한 것에 머물지 않고 대학 진학에 대비해 정기적금에다 공제보험까지 붓고 있다. 지금도 매달 20여명이 예금통장으로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다. 통장 입금자란에는 '공부잘돼니'라고 기재되는 이름없는 후원자들도 있고 대기업 봉사단체와 노동조합도 있다. 학원비 일부를 면제해주는 학원장도 있고 급식비를지원해주는 학교운영위원도 있다. 한때 세인들의 오해로 마음 고생했던 중3 담임 오모(43) 교사와 당시 어머니 시신을 발견했던 정모(43.여) 교사는 여전히 제자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격려한다. 식지않은 관심과 사랑에 말주변이 없고 살가운 구석이 적은 송군에게도 이젠 제법 입가에 미소가 돌고 행동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한 후원자는 제법 살이 찐 송군의 몸집을 보고 "그건 잘 먹어서가 아니라 많은사람들이 보내준 '사랑' 때문"이라고 가슴뭉클한 해석을 달았다. 조만간 인터넷 공간을 통해 고마운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뜻과 근황을 담은 글을 올리겠다는 송군이 이런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도와주신 선생님이나 많은 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못할 겁니다. 목사님에게도 고맙고요. 목사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제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언제나 남의도움만 받을 수 없잖아요. 공부 열심히해 고마운 분들에게 보답하고 남을 도울 수있을 길을 찾을 겁니다." (이천=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