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2부(이윤승 부장판사)는 23일 주차빌딩 안에 있다가 직원의 기기조작 실수로 압사한 캐나다인 K(당시29세.여)씨의 유족들이 건물주와 직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1억9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주차빌딩에 안전통제 시설을 설치하거나 사고예방을 위한 주의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나게 한 책임이 있다"며 "다만 K씨도 조명시설이 없는 주차빌딩 안쪽에 검은 옷을 입고 앉아 나오라는 친구의 말에도 나오지 않다 사고를 당한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배액과 관련, K씨가 사망하지 않았으면 벌었을 수입 4억8천여만원,퇴직금 9천100여만원을 인정하고 "통상 퇴직후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퇴직금으로 생계비를 지출하므로 사망에 따른 퇴직금 손실을 계산할 때 생계비(소득의 1/3)를 공제하지만 K씨는 살아있었다면 캐나다 연금제도에 따라 고령연금을 받아 생계비에 충당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퇴직금에서는 생계비를 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 관계자는 "K씨는 고령연금제 등이 정착된 캐나다의 사정이 감안돼 배상액에서 생계비가 공제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역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급여가정착돼가는 과정이라 향후 법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씨는 휴가로 한국에 와있던 2002년 11월 남자친구 문제로 상심해 서울 창천동에 있는 주차빌딩 안쪽에 들어가 울고 있다가 주차빌딩 관리직원이 K씨를 보지 못하고 차량 운반장치를 작동시키는 바람에 압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