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여성 등 21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영철씨가 최근 법정에서 "이문동 살인사건을 빼고 31명을 살해했다"고 주장,수사당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검찰은 일단 유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사실 여부를떠나 유씨가 수사기관에서 자백한 `피해자'에는 임신 3∼4개월 된 임산부를 비롯,자신과 2개월간 동거한 가출 여고생 3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은 "유씨의 자백만 있고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유씨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씨가 진술한 `예비신부'가 실제 피해자임이 밝혀져 유씨의 자백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실정. 12일 유씨에 대한 수사기록에 의하면 유씨는 가출 여고생 3명과 동거하던 중 이들 여고생이 돈 문제로 다투는 것을 보고 올해 1월 자신의 원룸에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또 올해 3월에는 발찌를 차고 있던 여성, 4월 임신 3∼4개월 된 임산부,5월 예비신부 J씨, 6월 반바지 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온 `통통한 체형'의 여성과 경기도 구리에서 온 H씨, 7월 인근 K pc방에서 만난 여성, 7월 모 연예인을 닮은 여성과 `부드러운 스커트'를 입은 머리 긴 여성 등 12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유씨로부터 피해 여고생 중 한명이 가져왔다고 유씨가 진술한 책을 비롯한 발찌, 자전거 등을 압수해 주인을 수소문했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고 예비신부는 언론보도를 접한 유족이 찾아와 신원이 밝혀졌다. 유씨는 나머지 `피해자'의 시신도 다른 피해자들이 묻힌 봉원사 인근에 묻었다며 지도에 구체적인 장소까지 지목했지만 시신은 4차례의 수색에도 오리무중이다. 유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적용된 갈취 혐의에 대해서도 "원래는 살해하려 했는데 당사자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해 살려주면서 돈을 받았을 뿐"이라며 전면 부인, 검찰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는 갈취 행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죄질이 훨씬 무거운 `살인예비'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며 다소 황당한 표정이지만 유씨가 갈취 혐의와 관련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만큼 관련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진위를밝힐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