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수(壽)를 타고 나신 것 같아요. 게다가 부지런하고 소식(小食)을 하면서도 잘 챙겨 드시구요"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팀 조사 결과 국내 최고령자(109세)로 확인된 최애기(서울 종로구 청운동) 할머니의 손부(孫婦) 정옥단(45)씨는 최 할머니의 장수 비결을이렇게 설명했다. 1895년 2월 18일생인 최 할머니는 비록 지팡이나 휠체어에 의존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외출이 자유로울 정도로 건강했다. 지금까지 이렇다할 병치레 한 번 없이정정하게 살아왔던 할머니는 지난해 말 치매 증세가 나타나면서부터는 요즘은 외출을 삼간 채 집안에서 지내고 있다. 손자 며느리인 정씨의 설명에 따르면 최 할머니의 장수 비결은 무엇보다 집안내력. 할머니의 모친 역시 96세의 수를 누렸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차가 멈추기도 전에 문을 열고 발을 내디딜 만큼 부지런한성격에 적은 양의 식사를 하면서도 꼬박꼬박 잘 챙겨드시는 편이라는 것. 나이 드신 뒤로는 고기를 좋아하게 됐고, 특히 닭죽을 좋아해 한번 끓여놓으면사흘간 닭죽만 드시지만 젊을 때는 채식 위주로 식사를 했다고 한다. 또 무엇이든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데다 성격이 온화해서 3남1녀의자녀를 키우면서도 회초리 한번 안 댔고, 이 때문에 종종 정씨가 매를 들라치면 "나는 자식들 한 대도 안 때리고 잘만 키웠다"고 말씀하곤 했다고 정씨는 전했다. 20여년 전부터 귀가 어두워졌고 이 때문에 완전한 의사소통은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본인 의사는 잘 표현하는 편이며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청소와 빨래는 물론 바느질까지 다 할 만큼 부지런했다. 남편과 사별하면서 50대 때부터 줄담배를 피워왔지만 몇년 전 건강 악화를 우려한 정씨가 이를 끊게 했다. 최 할머니의 집안엔 지금 4대가 모여 산다. 제일 큰 증손자가 대학 2학년에 다니고 있고 출가한 증손녀가 딸을 낳아 고손도 봤다. 자손들도 장수하는 편이어서 같이 사는 큰 아들 홍독우(86)씨를 비롯, 생존한 세 자녀가 모두 80대다. 평소 할머니가 가장 기쁘게 회상했던 일은 손자를 봤을 때. 다섯 손녀 끝에 첫손자를 얻자 당시 살고 있던 전남 나주군 전체가 떠나갈 듯 크게 우셨단다. 정씨는 "할머니께선 평소 동학난부터 모두 4차례 난리를 겪었다고 하셨다"면서"그래도 앞으로도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