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판을 뒤흔든 최악의 병풍으로 각 팀의 주전급 선수가 대거 빠져나가 그라운드가 썰렁해졌지만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약진하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회를 파고든 대표적 선수는 롯데의 신진투수 이명우(22)와 한화의 외야수 신종길(21). 이명우는 22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연속경기 2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삼진 2개를 곁들이며 8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SK타선을 잠재우고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명우는 이로써 생애 첫 승을 완봉투로 장식하며 무명 설움을 단숨에 털어내는동시에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깊이 각인시키며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2002년 입단한 이명우는 롯데가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2군에서 공들여 키운 선수로 제구력이 좋고 최근 구속이 7∼8㎞ 느는 등 성장세가 빨라 주형광의 뒤를 이을 좌완 재목으로 꼽힌다. 이명우는 제3선발 김장현이 병역비리로 구속되고 염종석이 지난 18일 컨디션 조절차 2군으로 내려간 뒤 롯데 선발진에 합류하는 행운을 잡았고, 이날 눈부신 피칭으로 코칭 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했다. 신종길은 21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5타수 4안타 4타점을 올리며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해 아기 독수리의 화려한 비상을 만방에 과시했다. 역대 통산 12번째이자 양준혁(삼성.2003년4월15일)에 이어 1년5개월만의 침묵을깬 사이클링 히트로 신종길은 이날 역대 최연소 기록도 갈아치웠다. 2003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뛰어든 신종길은 올 시즌 롯데로 이적한 이상목의 보상 선수로 한화에 새 둥지를 틀었으나 불안한 수비와 잔부상 때문에 줄곧 2군에 머물렀다. 신종길은 하지만 손바닥 골절로 시즌을 접은 고동진의 대체 선수로 지난달 하순1군에 올라왔고, 병풍으로 출장이 금지된 조현수, 한상훈의 공백까지 훌륭히 메우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편 병풍으로 구속된 현재윤에게 포수 마스크를 물려받은 이정식(23)은 삼성의새로운 안방 마님으로서의 역할을 무난히 수행하고 있고, SK의 4년차 외야수 김강민(22)도 부상과 병풍으로 팀에서 이탈한 채종범의 공백을 틈타 주전 자리를 꿰차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