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직원을 제대로 훈련시켜 현업에 투입하려면 적어도 1인당 1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지요.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을 기업이 대학 등록금의 3∼5배를 들여 가르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입니다."(SK㈜ 인사 담당자)


"신입사원은 연봉의 2.5배 정도의 업무성과를 내야 월급값을 한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신입사원을 그 정도로 키워내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립니다."(한화 인력개발원 관계자)


"대학교육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게 문제지요. 대학원에서 인사관리를 전공한 사람을 뽑아도 회사의 인사 업무에 적응하는 데는 2년 이상이 걸리니 말입니다."(유한킴벌리 인사 담당자)


청년실업은 날로 심화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쓸만한 인재를 구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학교의 정규교육이 사회 현실과 더욱 괴리되면서 기업들이 신규 인력 재교육에 들이는 비용과 시간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럴 바에야 무엇하러 신입사원을 뽑겠느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백22개 회원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기업에서 본 한국교육의 문제점과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신입사원의 업무 숙련에 평균 23(일반관리직)∼30개월(기술직)의 시간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선 기업들이 이공계 인력을 채용해 숙련인력으로 양성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약 2년, 비용은 1천만원 이상이었다.


결국 이공계 인력이 주류를 이루는 기술직의 업무 숙련 기간이 1년 새 6개월 정도 늘어난 셈이다.


기업들은 신입사원들이 어학이나 컴퓨터 능력만큼은 일정 수준에 올랐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경련의 이번 조사에서도 신입사원의 어학 등 국제화 능력(57.2점ㆍ1백점 만점 기준)과 컴퓨터 활용 등 기본능력 및 지식(52.5점)에 대해선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컴퓨터 어학 등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에서 입사한다"(삼보컴퓨터 관계자)는 얘기다.


기업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전문지식'과 '조직단위 활동에서의 능력'이다.


전문지식은 특히 이공계 인력이 기대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삼성의 한 계열사 채용 담당자는 "현업 부서에서 '우리가 대학 다닐 때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불만이 많다"며 "도대체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입사원들이 개인적 과제해결 능력은 상대적으로 뛰어난 반면 팀단위 활동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나 비즈니스 매너 등 조직생활에 필요한 기본 인성교육이라도 갖춰 졸업시켰으면 좋겠다"(한화 관계자)는 불만이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아 키우기보다는 경력사원 채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


물론 기술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로템 관계자), 회사를 옮기는데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아직 부족한(신한은행 관계자) 까닭에 경력사원 채용도 힘들지만 그래도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보다는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훨씬 이익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인력과 일자리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학과 기업현장간 거리를 줄이는 노력이 시급하다는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