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로 예정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중견 검사들의 대기업행이 잇따르고 있다. 먼저 법무부 정책기획단에서 법조개혁을 사실상 주도해왔던 김준호 서울고검 부장검사(사시 24회)가 SK그룹 사내변호사로 진로를 틀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해 3월부터 분식회계 및 불법 정치자금 수사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SK그룹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고와 고려대 법대출신인 김 부장검사는 대검 과학수사과장과 컴퓨터수사과장을 거친 바 있어 '과학기술'분야에 조예가 깊다는 평을 들어왔다. 대선자금 수사의 시발점이 된 SK그룹측은 광범위한 수사를 겪으면서 검찰쪽 네트워크를 담당할 인사영입의 필요성을 절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SK그룹 내에는 판사출신인 ㈜SK소속 강선희 상무를 비롯 여러명의 법조인이 포진해 있다. 유승엽 서울중앙지검 총무부 검사(사시 35회)도 사의를 표명하고 금명간 삼성그룹 법무팀으로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유 검사는 서울고와 고려대 출신으로 부산,광주지검을 거친 중견 검사다. 법조인 출신만 20명에 달하는 삼성그룹 법무팀은 유 검사의 가세로 더욱 막강한 진용을 갖추게 됐다. 이밖에도 3∼4개 그룹에서 이번 인사를 전후해 기업관련 수사에 밝은 검찰출신 변호사 영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송두율 교수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오세헌 공안1부장(사시 24회)과 서울중앙지검 인사 및 예산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최찬묵 총무부장(사시 24회)은 지난달 28일 법무부에 사표를 냈으며 법무법인 김&장에 합류할 예정이다. 현직 공안 담당 간부가 사표를 낸 것은 지난 64년 이용훈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이 사표를 내고 변호사 개업을 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선 대표적 엘리트 코스로 여겨져왔던 '공안검사'의 퇴조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최근 검사장급 신규 임용에서 탈락한 박만 서울중앙지검 1차장 밑에서 근무해 왔으며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통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